ADVERTISEMENT
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미·중 스파이 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신경진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소진(蘇秦)이 연왕(燕王)에게 제(齊)나라를 무너뜨릴 비책을 말한다. “손자(孫子)병법은 간첩을 부리는 다섯 가지 용간(用間)을 말했습니다. 향간(鄕間)·내간(內間)·반간(反間)·사간(死間)·생간(生間)입니다. 제가 제나라로 가는 것은 사간입니다. 제나라가 멸망할 때 죽게 되니 사간하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마음으로 퇴로를 끊고 죽음을 맞이할 때 일을 이루게 됩니다.” 제를 쇠락시킨 소진은 사지가 찢겨 죽는다.

#1949년 중국의 주인이 바뀐다. 붉은 특공 1500여 명이 대만 해협을 건넜다. 우스(吳石) 대만 국방부 참모차장도 붉은 특공이었다. 2013년 인민해방군 총정치부는 문화·예술계와 재계의 도움으로 베이징 시산(西山)에 무명영웅기념광장을 조성한다. 대만이 처형한 846명의 이름을 새긴 돌벽이 세워졌다.

#1985년 위창성(兪强聲) 중국 국가안전부 처장이 미국으로 망명했다. 동시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30여 년 동안 암약했던 스파이 진우타이(金無怠)가 체포됐다. 이후 남미에서 암살당한 위창성은 현 중국 권력 서열 4위 위정성(兪正聲) 전국 정협 주석의 친형이다.

#2010년대 초 남북한과 밀접했던 중국 요인들이 사라졌다. 진시더(金熙德)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주임, 리빈(李濱) 전 주한대사, 장류청(張留成) 대외연락부 남북 담당 처장 등이 각각 징역·쌍규(雙規·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기율위의 조사를 받는 처벌)·사형을 당했다. 국가기밀누설과 경제범죄 혐의였다.

지난주 퓰리처상을 받았던 미국 뉴욕타임스의 CIA 전문기자 마크 마제티의 기사가 중국에서 회자했다.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CIA 중국 정보원 18~20여 명이 체포·처형당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 따르면 정보원 한 명은 중국 정부 직원들 앞에서 즉결 처형당했다.

중국 정부도 인정했다. 지난 22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국가 안전기관이 중국 관련 법률에 따라 중국의 국가 안전과 이익에 해를 끼치는 조직·인원·행위를 법에 따라 조사 처분하는 것은 유효한 직무이행이다. 국가안전기관의 정상적인 직권 행사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지난 4월부터 간첩 신고자에게 최대 8300만원을 포상한다.

‘무간도(無間道)’의 나라 중국은 뿌리 깊은 스파이 대국이다. 베이징은 생사를 오가는 첩보전의 최전선이다. 2010년은 CIA 황금시대였다. 이후 국가안전법을 개정하고 반간첩법을 제정하는 등 방첩에 힘쓰면서 고급 정보가 사라졌다. 5년 전과 비교해 올가을 열릴 19차 당대회 관련 유출 정보는 씨가 말랐다.

손자는 “반드시 적의 사정을 아는 자에게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며 “뛰어난 지혜(聖智)와 인의(仁義)가 없다면 첩자를 부릴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랭리 CIA 본부 로비에는 지난 22일 숨진 요원을 기리는 8개의 별이 더해졌다. 미·중 무한 경쟁 시대다. 한국 정보기관 역시 분투할 때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