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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익과 자존 우선의 당당한 대중국 외교 펼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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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 정부 출범과 특사 파견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중 관계 개선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해찬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중 특사단이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교적 온건한 어조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 달리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 등은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며 사드의 완전한 철회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권 출범 이후 발 빠른 축전과 정상 통화, 한류 규제의 한한령(限韓令) 고삐를 늦추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중국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강공 모드로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와 기세 싸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드 배치에 유보적 태도를 보여 온 한국 새 정부가 과연 어디까지 중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성격이 짙다. 먼저 중국의 의지가 최대한 관철되는 ‘사드 철회’를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그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우려를 한국이 고려하게 하는 전략으로 전환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중국의 태도는 걱정스럽다. 특히 시 주석이 상석에 앉고 우리 대통령 특사를 아랫자리에 앉히는 의전에 의아심을 갖고 있던 우리로서는 행여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특사의 자리 배치가 시 주석이 지난 4월 홍콩특별행정장관 당선인을 면담할 때와 같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중국의 고압적 태도를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사드를 돌려보낼 수 있다는 발언 등이 그런 예다.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전을 심각하게 해치는 북핵의 위협성 여부를 판단해 우리 스스로 내리는 주권적 사항의 일이다. 중국의 압박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특사를 파견하며 국익 중심과 자신감 있는 외교를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국익과 자존을 우선하는 당당한 대중국 외교를 펼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