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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OOK] 집에서 즐기는 DIY 커피 (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캡슐 커피 머신, 핸드 드립 툴을 갖춰놓고 집에서 커피를 즐긴다면 당신도 홈 바리스타. 인기 있는 홈 카페 트렌드를 짚어보고, 바리스타들이 전하는 커피 툴 고르는 방법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Coffee at Home

마크 팬더그라스트의 저서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에 따르면 처음 커피를 발견한 이는 에티오피아에서 염소 떼를 모는 목동이자 시인이었던 칼디였다. 커피나무의 잎사귀와 열매를 씹어 먹은 염소들이 뒷발로 서서 춤추는 걸 본 그는 호기심에 직접 커피 열매를 따 먹어본 뒤 이렇게 감회를 밝혔다.  "시와 노래가 절로 입에서 흘러나왔고 앞으로 다시는 피곤해지거나 화내는 일이 결코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약 이런 마음에 충분히 공감한다면, 당신은 이미 커피 마니아이거나 부엌 한쪽에 드립 도구가 가득한 홈 바리스타일 가능성이 크다.

1 화이트 머그와 접시 세트 가격 미정 키코프 by 10꼬르소꼬모. 2 화이트 아메리카노나 라테를 만들 때 유용한 밀크 저그 15만1천원 덴비. 3 에스프레소 커피잔 세트 가격 미정 에르메스. 4 빈티지한 에스프레소 잔 3만원, 받침 1만7천원 모두 덴비. 5 케이크 트레이 가격 미정 라이엔바흐 by 10꼬르소꼬모. 우유의 풍미가 가득한 도지마롤 케이크 1만9천5백원 몽슈슈.

나는 마신다, 고로 존재한다

이 문장은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카페 데카르트에 걸려 있는 표어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카페인 요즘,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까. 커피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이 표어를 우리나라 트렌드에 맞게 좀 수정한다면, 이렇게 바뀔 듯하다. ‘나는 ‘집에서(도)’ 마신다, 고로 존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5년 발표한 ‘가공식품 세분 시장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무려 338잔. 1주일 동안 쌀밥은 7회 소비하는 데 비해 커피는 무려 12잔을 마신다. 커피를 밥 먹듯이 먹는 시대를 넘어, 밥보다 더 많이 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커피 소비는 양적으로만 팽창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늘었다. 『로스팅 크래프트』의 저자이자 목동에서 ‘뉴웨이브 커피 로스터스’를 운영 중인 10년차 로스터 유승권 역시 이런 경향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예전엔 고객들이 단순히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를 찾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요즘엔 고도와 위치 등의 커피 농장 정보부터 품종이나 프로세스같이 전문적인 부분까지 파악하고 주문하는 분들이 많아졌죠. 흔히 접하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나 ‘하와이안 코나’ 같은 커피는 더 이상 리스트에 올라가지 않고, ‘파나마 게이샤’나 ‘수단 루메’같이 판매량이 적은 고가의 커피를 오히려 선호하고요.”

2014 인터내셔널 브루어스컵 바리스타 챔피언십 1위 수상자이자, 서교동에서 카페 ‘5브루잉’을 운영하는 바리스타 도형수는 최근의 고급 커피 열풍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카페에서 로스터기를 보면 ‘우와, 여기 로스팅 하나 봐’라고 반응했죠. 그런데 지금은 카페에서 로스팅하는 걸 당연하게 여겨요.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많은 카페가 스페셜티 커피(커핑 점수가 80점 이상인, 커머셜 커피에 비해 뛰어난 향미를 자랑하는 최상급 커피)에 집중하고 하이엔드 급 에스프레소 머신이 보급되면서 커피 맛이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이 된 것 같아요. 캡슐 커피나 콜드 브루(차가운 온도에서 차가운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오랜 시간 추출한 커피) 역시 이에 한몫했고요.”

내가 우리 집 바리스타

커피 전문점에서 이렇게 수준 높은 커피를 맛본 사람들이 집에서도 질 좋은 커피를 다양하게 즐기길 원하면서 전문가용 못지않은 가정용 커피머신과 추출 도구들이 대거 출시되기 시작했다. 일리 카페 코레아의 커피교육팀 김대곤 부장은 실제로 홈 카페 관련 상품들의 판매 수요가 증가했다고 전한다. 폴 바셋 마케팅팀 바리스타 강주석은 커피가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맛 좋은 커피에서 나아가 이제는 ‘나만의 커피’를 즐기려는 홈 카페 문화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한다. “홈 바리스타들은 좋은 원두를 고르는 법부터 커피 추출 방법까지 커뮤니티나 각종 강좌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이 칼럼의 사진을 찍은 포토그래퍼 김한준 실장 역시 카페인 중독이 될 정도로 커피를 좋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카페까지 경영한 적이 있는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이런 트렌드를 무수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속에서 자신만의 ‘유니크'함을 찾으려는 반작용의 결과라고 해석한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스페셜한 커피를 맛보고 싶은 욕구가 더 큰 것 같아요.”

DIY 커피의 매력

바리스타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전하듯, 홈 카페의 장점은 나만의 ‘특별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선택하는 추출 도구 및 방법에 따라 커피의 다채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커피 브루잉』의 저자이기도 한 도형수 바리스타는 홈 카페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브루잉 툴을 사용하면 원두의 산지별 특징, 로스팅 포인트, 물 온도, 시간, 추출하는 사람의 테크닉 등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죠. 지난 몇 년간 ‘핸드드립’이라는 일본 방식의 진하고 보디감이 풍부한 커피가 붐이었다면, 현재는 단맛·신맛·쓴맛의 밸런스가 잘 어우러지면서 향미에 포커스를 맞춘 커피가 트렌드예요”.

그렇다면 내게 맞는 커피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다양한 커피를 경험하며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거기에 평소 커피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한다면 내게 가장 적합하고 요긴한 커피 툴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레마가 풍부한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면 크레마를 추출할 수 없는 브루잉 툴은 아웃. 커피는 즐겨 마시지만 이를 내리는 일련의 과정이나 주기적으로 머신 청소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캡슐 커피머신이 제짝이다. 만약 마일드한 브루잉 커피를 좋아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추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경우엔 2~10인까지 자동 추출되고 청소까지 간편한 모카마스터나 윌파 같은 브루잉 머신을 구입하면 된다. 다도를 하듯 물을 끓이고 잔을 데우는 과정과 커피를 내릴 때의 손맛 자체를 사랑한다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노 드리퍼에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이렇게 내 취향과 툴의 특성을 파악하고 원두의 특징 및 로스팅 포인트까지 이해한다면, 그 어떤 카페에서도 맛볼 수 없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최근엔 집에서도 전기를 이용해 간편히 로스팅할 수 있는 100g~1kg 용량의 로스팅 머신들까지 출시되고 있을정도다. “이제는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직접 소량의 생두를 산지 구매하고, 로스팅부터 추출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죠!” 유승권 바리스타의 말이다.

포토그래퍼 김한준
세트 스타일리스트 한송이
도움말 도형수(5브루잉), 유승권(뉴웨이브 커피 로스터스),
김대곤(일리 카페 코레아), 강주석(폴 바셋)
참고 도서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스콧 F. 파커 & 마이클 W 오스틴 외, 따비),
『커피브루잉』(도형수, 아이비라인)

EDITOR 이현정(lee.hyeonjeong@joins.com), 김지수(kim.jisu1@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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