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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모던 퀴진 레스토랑 메뉴에 '김치'를 넣은 이 셰프

중앙일보

입력

“김치 정말 맛있어요.”

제주도를 찾은 폴란드 바르샤바의 모던 퀴진 레스토랑 '쏠레츠44'의 알렉산더 바론(Aleksander Baron·34)셰프가 만나자마자 내뱉은 첫마디였다. 제 2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참여차 한국에 처음 왔다는 그는 식사 때마다 아예 그릇째 들고 김치를 계속 먹었다.

전통 발효를 접목한 모던 폴란드 퀴진을 대표하는 알렉산더 바론 셰프. 제2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참가차 16일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사무국]

전통 발효를 접목한 모던 폴란드 퀴진을 대표하는 알렉산더 바론 셰프. 제2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참가차 16일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사무국]

바론 셰프는 "폴란드에선 2000여 년 전부터 60여 가지 채소를 발효시켜 먹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췄다"며 "5년 전 폴란드에서 한식이 인기를 끄는 걸 보고 폴란드 식재료에 김치 발효를 접목시켜 나만의 김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5년 전부터 김치를 직접 담궈 먹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레스토랑에서 '김치'라는 메뉴를 내놓고 있다. 고춧가루 듬뿍 넣은 한국식 빨간 김치는 아니지만 고추냉이나 겨자씨 등으로 맵고 알싸한 맛을 낸다.

양배추, 케일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김치. 위에 염소치즈를 올렸다. [사진 알렉산더 바론]

양배추, 케일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김치. 위에 염소치즈를 올렸다. [사진 알렉산더 바론]

바론은 바르샤바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예술학교에서 조소를 공부한 미술학도였다. 여행중 요리가 가진 에너지의 매력에 빠져 우연히 진로를 바꿨다. 바론은 “요리사뿐 아니라 식재료를 재배한 사람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게 사명”이라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한 식당에서 접시닦이부터 시작한 그는 카리브해 연안 등에서 요리사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10년 귀국해 바르샤바에 쏠레츠44를 열었다. 이 레스토랑은 현대 폴란드 음식에 전통발효를 접목시켜 모던 폴란드 퀴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세계 각국 요리 축제에 많이 참가하는데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요리축전에 나갔다. 또 2014년 프랑스의 레스토랑 가이드 고에미요(Gault-Millau) 폴라드편에서 올해의 젊은 셰프로 선정됐다. 같은해 ‘슬로푸드 폴란드’에는 그의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방한한 폴란드 모던 퀴진 선두주자 바론 셰프 #"폴란드에선 '김치'가 곧 발효 채소 #반짝이는 제주 갈치, 너무 매력적"

제주도 용담골에서 전복삼합을 먹고 있는 알렉산더 바론 셰프. 송정 기자

제주도 용담골에서 전복삼합을 먹고 있는알렉산더 바론 셰프. 송정 기자

12년차 셰프인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식재료다. ‘좋은 식재료 없이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요리 철학이다.
식재료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이번 한국 방문에선 다양한 식재료가 있는 재래시장 투어가 가장 인상적이었단다. 갓 잡아 올린 생선부터 말린 생선과 건어물 등 평소 접하지 못한 다양한 식재료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갈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렇게 반짝이는 생선을 본 적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제주=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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