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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독립하는 해경… 이번에도 바다 모르는 수장 임명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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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개월 뒤인 2014년 11월 18일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김석균(52) 해양경찰청장이 취임 1년 8개월 만에 물러났다. 국민안전처 출범 하루 전날이었다.

 2014년 11월 18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11월 18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인천시 연수구해양경찰청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 전 해경청장은 1996년 해경이 독립 외청으로 승격된 뒤 역대 두 번째로 차제 승진한 청장이었다. 내부 출신 첫 번째 청장은 8대 권동옥(63) 청장이다. 김 전 청장은 행정고시 특채로 1997년 해경에 입문한 지 17년 만에 수장에 올랐다. 함장 등 현장실무를 경험한 지휘관은 권동옥 전 청장이 유일했다.

역대 14명 해경청장 가운데 12명 일반경찰 출신… 해상경험 전무 #전문가들 "부처 이기주의 떠나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해양재난과 영토주권, 선박·국제법 전문성 갖춘 지휘관 임명 필요

해경의 독립 외청 분리가 가시화하면서 해양전문가를 청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해양재난과 독도·이어도 등 영토주권, 선박·국제법 등의 식견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충남 서해 앞바다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단속중인 해경 단속요원이 정선명령을 따르지 않고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추격하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 서해 앞바다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단속중인 해경 단속요원이 정선명령을 따르지 않고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추격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24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국민안전처에서 소방청·해양경찰청 독립’이 포함돼 있다. 해양경찰청 소속을 어디에 둘지는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해경 내부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일반경찰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경찰청장 인사에서 낙마한 인사를 해경청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14년 11월 국민안전처가 출범하면서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조직이 축소된 해경 수장은 홍익태(57) 본부장이 맡고 있다. 그는 경찰청 차장(2014년 8~11월)을 지낸 뒤 2014년 11월 19일 해경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상 경험이 전무하다.

2014년 11월 18일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직원이 해양청 깃발을 내리고있다. [중앙포토]

2014년 11월 18일 인천시 연수구해양경찰청에서 직원이해양청 깃발을 내리고있다. [중앙포토]

홍 본부장까지 포함하면 역대 14명 지휘관 가운데 일반경찰 출신 12명이 해경조직을 이끈 것이다. 이른바 경찰청장 승진에서 이른바 ‘물먹은 치안정감’ 가운데 한 명을 구제해 치안총감을 승진시킨 뒤 해경청장으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해경은 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과 동시에 외청으로 독립한 뒤 수사·정보권을 가진 독자적인 조직으로 성장했다. 몸집은 커졌지만 ‘경찰청 산하기관에 불과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05년 해경청장이 차관급으로 승격된 뒤 해경이 해체되기까지 경찰청에서 전입한 경무관급 이상 고위간부만 6명에 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육군참모총장 출신이 해군을 지휘하는 것과 같은 비상식적인 조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회의실에서 위원들이 행정자치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4일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회의실에서 위원들이행정자치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이창원 한성대(행정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 지휘관이 바다를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대처가 달라진다”며 “외부(일반경찰)의 차선보다는 내부(해경)의 베스트를 수장으로 임명하는 게 국민에게 정부의 안전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해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수장이 조직을 지휘하면서 해경 내외부에서는 “해경의 전문성이 부족해지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역대 해경청장 가운데 강희락(9대), 이길범(10대), 모강인(11대) 청장이 줄줄이 뇌물수소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모두 해경으로 오기 전 저지른 범죄였지만 수사를 받을 당시에는 해경청장 신분이라 모든 비난이 해경에 쏟아졌다.

이정욱 연세대(행정학과) 교수는 “새로운 해경 수장은 바다와 선박 등 해양 전반에 거시·미시적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안전’을 어떻게 지켜낼지에 목표를 두고 조직개편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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