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선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가 최종 500만주로 바뀌게 된 과정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과 소속의 한 사무관은 증인으로 나와 해당 경위를 설명했다. 해당 사무관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5년 10월 14일 두 회사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합병 후 삼성물산에 대해 삼성SDI가 보유하게 된 500만주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게 된 500만주, 합계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사무관은 법정에서 “이 내용은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됐고, 당시 김학현 부위원장과 정재찬 위원장에게 보고돼 결재가 난 사안이었다”고 증언했다. 또 해당 보고서가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삼성 관계자들에게도 전달됐다고 한다.
당시 이 유권해석을 들은 삼성 관계자들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해당 사무관은 증언했다. 공정위 실무자들은 그해 11월 초 유권해석 결과를 삼성 측에 공식 통보하려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상무 등이 연락 와 “구체적인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방안이 마련됐으니 공식 통보를 2주 만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해당 사무관의 설명이다.
얼마 뒤 삼성전자 상무는 다시 “매각 협상에 차질이 생겼으니 통보 시기를 재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관이 이를 거부하자 “조만간 미래전략실 김종중 사장이 김학현 부위원장을 면담할 예정이니 그때 다시 통보 연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검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11월 말 다시 사무관을 비롯해 국·과장을 한꺼번에 불러 “왜 삼성에 통보하려고 하느냐. 너네가 위원장이냐. 통보하지 말고 전원회의에 안건을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사무관은 이에 대해 “수차례 삼성에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하지 말라고 너무 강하게 말해서 어느 정도 얘기하다 더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이 “위원장의 최종 결재까지 났고 대상 기업에 구두로 통보된 사안이 다시 번복된 사례가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해당 사무관은 “제가 아는 한 그런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 “공정위 내부에서도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논의 과정에서 삼성이 처분해야 하는 주식 수가 달라진 것이지 청탁으로 인한 변동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한 처분 주식 확정에 관여한 바도 없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나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도 공정거래위원회나 청와대에 부정청탁을 하거나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