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KN-15)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대북 추가제재를 내놓지 못했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중국의 반대 때문이었다.
미ㆍ영ㆍ프 등이 압박했으나 중국이 거부 #지난달 미ㆍ중 정상회담 때와는 다른 분위기 #
이날 회의에선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3개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일본 등이 나서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중국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긴급회의 후 “현재 상황에서 대화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고 정치적인 의지에 달렸다”며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서만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등 서방은 새로운 대북제재를 요구했다. 요르단을 방문 중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전날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를 추진하고 있다”며 “(북한에 의해) 똑같은 영화가 상영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제재 이행을 관철시킬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싸우고 싶지 않다. 그러니 우리에게 싸울 구실을 주지 말라”는 대북 경고도 보냈다.
영국의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대사는 긴급회의에 앞서 “더욱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제재 수단으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프랑수아 드라트르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는 “기존 제재의 충실한 이행은 물론, 북한 정권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벳쇼 코로(別所浩郞) 유엔주재 일본대사도 가세했다. 그는 “압박이 계속 이어지고 강해져 북한의 핵ㆍ미사일 정책이 바뀔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추가제재를 요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당초 추가적인 대북제재로는 원유공급과 북한 근로자 파견 제한 등이 거론됐었다고 한다. 북한 경제에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원유공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또 수 만명의 북한 근로자들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외화벌이 일꾼으로 일하고 있다.
현지 외교가에선 특히 지난달 초 미ㆍ중 정상회담 때의 분위기와는 달리 최근 중국 정부의 대북 압박이 느슨해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 긴급회의에서 대북 제재를 반대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압박했던 지난달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결국 중국은 지금껏 주장해왔던 ‘대화와 평화를 통한 해결’로 돌아간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유엔 한국 대표부가 새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에 대해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도 나온다. 유엔 한국 대표부가 그동안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이 있을 때마다 제재를 강력히 주장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외교안보 라인이 전열을 재정비하는 단계여서 아직 별도 지시를 받지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업무보고를 받고 청문회 준비에 나선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