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칭찬한 ‘악녀’, 칸 현지 평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2017.05.23 17:39

“8년 전 함께 칸영화제에 왔던 박찬욱 감독님이 올해는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처럼 멀리서 응원해주시더라. 영화가 끝나고 ‘정말 멋지다’고 얘기해주셨다.”(김옥빈)

'악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후 (왼쪽부터)정병길 감독과 주연배우 김옥빈, 성준, 김서형 / NEW 제공

'악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후 (왼쪽부터)정병길 감독과 주연배우 김옥빈, 성준, 김서형 / NEW 제공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로 제62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배우 김옥빈. 신작 액션 영화 ‘악녀’로 올해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그는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5월 22일 오전 12시 30분(프랑스 현지 시각)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 행사에선, 레드카펫을 오르던 그를 박찬욱 감독이 불러 세웠다. “옥빈아!” 이름이 들려온 순간, 그는 박 감독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가운 미소로 화답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칸영화제를 찾았다.

'악녀'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레드카펫/ NEW 제공

'악녀'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레드카펫/ NEW 제공

‘악녀’는 ‘우린 액션 배우다’(2008) ‘내가 살인범이다’(2012) 등 액션 장르를 고집해온 정병길 감독의 연출작. 한국에서 드문 여성 원톱 액션영화다 보니, 제작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22일 오후 7시, 칸 현지 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정병길 감독은 “한국에서 여자 액션은 (흥행이) 안 된다는 주위 우려가 내게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얘기로 들렸다”며 “한국에는 좋은 여성 배우가 많은데, 왜 ‘예스 마담’(1985~1995) ‘동방불패’(1992~1993) 같은 액션 영화가 없을까, 라는 갈증을 동력삼아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액션스쿨 출신 감독답게, “어디서 본 듯한 액션은 무조건 빼고 새로운 것, 땀 냄새 나는 스턴트를 보여주려 했다”고.

“김옥빈의 강렬한 액션” vs “어리둥절한 스토리”

칸 현지 관객들도 ‘악녀’의 액션에 홀렸다. 어릴 적 자신의 눈앞에서 아버지를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킬러로 길러진 숙희(김옥빈)는 새 삶에 대한 희망마저 잃고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오프닝신부터 강렬하다. 숙희가 총과 장검을 가차 없이 휘둘러 사내들을 처단하는 장면을 흡사 컴퓨터 게임 화면처럼 1인칭 시점으로 담아 관객을 격투장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숙희가 질주하는 비좁은 마을버스 안에서 칼과 도끼로 적들의 숨통을 끊어놓는 액션 신도 시선을 압도한다.

'악녀' / NEW 제공

'악녀' / NEW 제공

영화에서 김옥빈은 “손에 가장 잘 붙더라”던 도끼부터 자신의 키만큼 긴 장검‧단도‧권총‧기관총‧저격총 등 안 쓰는 무기가 없다. 실제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한 그는 대부분의 액션신을 대역 없이 소화하기 위해 촬영 2개월 전부터 매일 액션스쿨에 나갔다.  이를 알아본 걸까. 현지 외신의 호평도 김옥빈에게 쏠려 있다. 영화 매체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김옥빈은 이 본능적인 액션 스릴러에 강렬한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며 관객이 극 중 숙희의 시선에 빠져들게 만드는 “빠른 편집과 날렵한 핸드헬드 촬영, 1인칭 시점 화면”을 칭찬했다.

반면 “액션에 비해 허술한 스토리”는 ‘악녀’의 약점으로 꼽혔다. 영화 매체 ‘더 플레이리스트’는 “‘악녀’의 스토리텔링은 종종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면서 “숙희와 현수(성준) 사이의 로맨스도 밋밋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매체는 또 액션 스타일에 대해 “정병길 감독의 액션 연출력은 견고하나, 영화 보도자료에 적혀있듯 ‘레퍼런스 없는 액션’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면서 “‘올드보이’(2003, 박찬욱 감독) ‘하드코어 헨리’(2015,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 ‘킬빌’(2003~,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의 영향이 엿보인다”고 했다.

한편, 22일 공식 상영에선 8년 전 ‘박쥐’에 이어 이 영화로 재회한 김옥빈과 신하균을 알아보고 반가움을 표하는 관객도 있었다. 김옥빈에 따르면, 인터뷰 때 “‘박쥐’의 뱀파이어가 ‘악녀’로 돌아왔다”며 반색하는 현지 외신도 있었다. 상영이 끝난 후엔 4분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또 다른 히로인은 숙희를 킬러로 훈련시킨 권숙 역의 배우 김서형. 포토콜에서 복근을 드러낸 의상으로 카메라 세례를 받은 그는 “복근을 위해 칸에 필라테스 기구를 챙겨 와서 아침저녁으로 운동했다”고 했다. ‘악녀’는 6월 8일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악녀' 포토콜 / NEW 제공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악녀' 포토콜 / NEW 제공

프랑스 칸=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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