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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핵과 대북교류 '투 트랙'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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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평양 시민들이 지난 22일 평양역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지대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평양 시민들이 지난 22일 평양역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지대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핵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분리해 '투 트랙' 전략으로 접근하기로 했다고 여권 고위관계자가 23일 말했다.

교황청에 특사 파견…김희중 대주교 "정상회담 중재 요청" #통일부는 1년 3개월여 막았던 민간 대북 접촉도 허용 #정부도 대북 채널 복원 시도…북핵과 미사일엔 강경 대응

전임 박근혜정부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던 것과는 큰 틀에서 기조가 변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남북관계의 단절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선(善)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5월 들어서만도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와 별개로 민간 교류 등 꽉 막혀있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작업은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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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 대통령이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를 교황청 특사로 파견한 것도 이런 투트랙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인 김 대주교는 22일 로마에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북한 미사일 문제가 1년 넘게 계속돼왔지만 이젠 상황이 지나치게 뜨거워진 것 같다'면서 노르웨이 같은 제3국의 중재역할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런뒤 "문 대통령은 이런 (중재)역할을 교황께 부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중재도 부탁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대주교는 본지에 "교황을 알현해 남북정상회담 중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교황에게 남북 정상회담 중재를 요청한다는 내용은 문 대통령의 친서에는 담겨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대주교가 구두로 정상회담을 부탁할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구두로 전달할 문 대통령의 메세지는 두 분의 대화 내용이라 참모들이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동안에도 남북대화 가능성을 항상 열어뒀다. 대선TV토론에서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 있다"는 자신의 발언을 공격하려하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홍 후보는 북한에 안가겠느냐"고 받아친 적도 있다.

투트랙 기조에 맞춰 통일부도 금명간 국내 10여개 민간단체들의 대북접촉신청을 승인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의 대북 독자제제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민간교류 허용을) 유연하게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의 국민이 북한 주민과 통신하거나 만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통일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2월 10일) 뒤 ‘수리 보류’라는 형식으로 남측 민간단체의 대복접촉 신청 자체를 받지 않았다. 이때문에 한국 국민의 방북과 북한주민 접촉은 1년 3개월 이상 중단됐다.

하지만 투트랙 전략에 따라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의 북한 주민 접촉의 길이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휴전선을 넘나드는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말라리아 방역을 위해선 최대한 빨리 북한과 접촉해 방역 물자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접촉을 허락할 경우 우선 팩스와 e메일 등을 통해 북한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당국간 대화를 위해선 채널이 필요하다”며 “현재 단절돼 있는 판문점 통신선을 복구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남북은 판문점에 적십자와 군통신선 등을 설치해 그간 팩스 등을 주고받았지만 지난해 2월 이후 끊겨 있는 상태다,북한이 개성공단 폐쇠에 대한 보복조치로 통신선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현재 정부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북한에 전화를 걸고 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선 정면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당장 정부는 지난 14일과 2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대북추가제재 논의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건의했다..

정용수ㆍ김록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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