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30분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공주보. 우안(右岸) 쪽에 조성된 소수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었다. 3000㎾(1500㎾x2개) 규모로 연간 15.9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수력발전은 공주보 수위가 관리유지 기준인 8.75m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가동한다.
물이 흘러내려 가는 수문 입구에는 잉어와 누치 등 민물고기 100여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입구 옆 아이스하버식 어도(魚道)로 올라가지 못한 물고기로 수력발전이 가동될 때마다 먹잇감을 찾기 위해 몰려든다고 한다. 보 중간 아래쪽은 물빛이 누런색으로 변해 있었다. 전문가들은 녹조 초기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환경단체 "매년 물고기 떼죽음 녹조발생 등 환경오염 심각" 환영 #자치단체·농민 "수위 낮아지면 농업용수 공급 차질 빚는다" 우려
높이 7m, 길이 280m(고정보 60m·가동보 220m)의 공주보는 6개의 수문으로 구성됐다. 보 양쪽에 두 개의 어도, 오른쪽에 수력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공주보의 저수 용량이 1550만㎥로 상류 세종보부터 공주보까지 저수량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6개 보 개방 지시에 따라 공주보도 다음 달부터 상시 개방에 들어간다. 이동식인 가동보 3개의 수문을 열고 저장했던 물을 하류인 백제보 쪽으로 흘려보낸다.
공주보를 관리하는 사업소 측은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나 수자원공사에서 보 개방과 관련한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리유지 기준인 8.75m의 수위를 얼마나 내릴지, 방류시간을 얼마나 할지 등에 대한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주보는 금강에 조성된 3개 보 가운데 하나다. 공주보를 중심으로 상류에 세종보, 하류에 백제보가 있다. 공주보가 조성된 이후 보 주변에서는 붉은깔따구, 실지렁이 서식이 확산하는 등 환경문제가 발생했다. 매년 녹조 발생으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수질오염도 심각한 사태로 변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4대강 사업 정책감사와 6개 보 우선 개방 등의 문 대통령의 지시를 환영한다”며 “기능을 상실한 세종보 철거와 금강~보령댐 도수로 등 사업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금강 세종보 등이 수질악화에 끼친 영향이 드러났는데 개방 대상이 6개 보에 불과하다”며 “문 대통령의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추진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치단체와 농민들은 공주보 상시개방으로 저수량이 줄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물을 하류로 내려보내면 수위가 낮아지고 양수장으로 공급해야 할 양질의 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에서 56개의 양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주보에서 상류 쪽으로 8㎞가량 떨어진 장기1양수장(공주시 석장동) 등 대형 양수장은 금강 물을 끌어다 세종시·공주시 지역 460㏊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상류지역에 위치한 조정경기장은 이달 말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전국 규모의 대회가 예정돼 있다. 공주보의 방류로 수위가 낮아지고 영향이 상류까지 미치면 대회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다.
공주시 관계자는 “저수량이 많을 때는 언제는 물을 끌어다 인근 논에 공급할 수 있지만 수량이 줄어들면 제한급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보를 개방한 뒤 변화를 지켜본 뒤 농민, 관계기관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