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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갑갑한 브래지어 벗고 편안한 ‘브라렛’ 입다

중앙일보

입력

기자의 눈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미녀와 야수’에는 종전까지 봐왔던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의 ‘미녀’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굴곡진 허리와 가슴선을 뽐내는 활동적인 ‘미녀’만 있었을 뿐이다.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세계적인 배우 엠마 왓슨(27)이 뒤에서 끈으로 가슴 전체를 졸라매는 속옷, 코르셋(거들)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속 여주인공이 어딘가에 묶여 있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으로 보이길 바랐다.

인위적으로 신체를 압박하는 속옷을 벗는 흐름은 비단 영화 속 주인공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노 브라(No-bra)’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눈길을 끄는 새로운 속옷도 나왔다. 바로 ‘브라렛(Bralettes)’이다. 딱딱한 와이어와 두꺼운 패드를 빼고 홑겹의 원단이나 레이스 등으로만 만들어진 속옷이다.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 브랜드 H&M, 포에버21, 자라 등에서 앞다퉈 브라렛을 내놓고 있다. 국내 속옷 브랜드 비비안도 올해 S/S시즌부터 브라렛을 출시했다. 갑갑한 와이어와 패드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 속옷을 모두 벗고 외출하기엔 부담스러운 여성의 속마음을 읽은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다.

브라렛을 착용한 여성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해방감을 느낀다’ ‘시원하다’ ‘속옷을 벗은 기분이다’. 여성 속옷의 만족 기준이 ‘남의 시선’에서 ‘편안함’과 ‘자기 만족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상(理想)적인 아름다움은 획일적인 것이 아닌, 자신의 체형이나 몸매에 따른 개성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 브라렛을 착용한 여성들은 힘껏 가슴을 모아올리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굴곡을 살려 멋을 낸다. 레이스 소재가 나타내는 여성스러움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와이어가 없는 속옷은 가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와이어는 노폐물 배출과 연관된 겨드랑이 림프절을 누르고 세포를 압박해 림프 순환을 방해하며 소화불량과 같은 증상도 일으킬 수 있다. 자기 몸보다 타이트한 브래지어는 임파선이나 정맥혈을 압박해 가슴 부종도 야기할 수 있다.

와이어가 없어 힘 없이 하늘거리는 속옷이 가슴을 처지게 하거나 모양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딱 맞는 브라렛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브라렛은 S, M, L 등으로 사이즈가 나뉘는데 별도의 컵이 없기 때문에 가슴둘레를 정확히 재어 자신의 사이즈를 확인해야 한다. 브라렛은 가슴을 단단하게 조이거나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일반 브래지어와 달리 밴드나 러닝 형태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슴둘레 길이가 맞지 않으면 활동하면서 브라렛이 위로 딸려 올라가기 쉽다. 구입 시에는 직접 착용해 팔을 위아래로 움직여 보며 둘레 부분이 자기 가슴에 안정적으로 밀착되는지 확인한다. 가슴이 처지는 것이 걱정이라면 둘레 부분이 폭넓은 밴드로 된 디자인을 찾으면 된다. 넓은 밴드는 가슴을 받쳐 주는 역할을 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나는 여름이 다가오기 전, 단단한 와이어와 패드를 벗고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입어보는 건 어떨까.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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