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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후보자로 본 위장전입 논란사 …"맹모삼천지교"에서 "그랜드슬램"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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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는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위장전입 사실을 사전에 공개했다. 강 후보자는 21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서 기자들을 만나 “큰딸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는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미 보고를 한 사항”이라며 “사실”이라고 답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장전입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메뉴다. 국회회의록 검색시스템에서 ‘위장전입’을 검색하면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 언급된 건수만 120건이다. 위장전입 사유는 주로 토지 매입, 자녀들의 학교 배정, 아파트 분양 등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장인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기도 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범죄다.

최초의 낙마는 1998년...2002년 때는 총리후보자 2명 낙마

위장전입이 문제가 돼 낙마한 최초의 고위공직자는 1998년 4월 사퇴한 주양자 전 복지부 장관이다. 주 장관은 일가족이 부동산 투기 등을 목적으로 16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져 취임 58일 만에 사퇴했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1998년 위장전입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주양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DB]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1998년 위장전입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주양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DB]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 건 2002년 장상ㆍ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부터다.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울 잠원ㆍ반포ㆍ목동 등에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낙마했다. 당시 장 후보자는 “시부모가 아들과 며느리의 월급봉투를 다 받으셔서 총지휘를 하셨다”며 의혹을 부인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장상 국무총리서리가 30일 국회에서 속개된 인사청문회에서 전날 위장전입에 대해 물고 늘어진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을 쳐다보고 있다.

장상 국무총리서리가 30일 국회에서 속개된 인사청문회에서 전날 위장전입에 대해 물고 늘어진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을 쳐다보고 있다.

이어 지명된 장대환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전 기자회견을 통해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장 지명자는 “애들을 좋은 곳에서 교육시키려고 했던 생각에서 한 일로 죄송하다”며 “그 문제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로 봐달라”고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맹자 어머니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인준안을 부결시켰다.

공직자 재산 공개서 위장전입 드러나 자진사퇴도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위장전입이 드러나 자진사퇴한 고위공직자도 있다.  2005년 3월에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공직자 재산 공개 후 부인의 위장전입이 드러나 사퇴했다. 이 부총리의 부인은 1979년 경기도 광주시와 전북 고창군 등으로 주소지를 옮기며 논밭을 매입했다.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용인시의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 위장전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역시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장관 2명 낙마...후보자 4명에게 동시에 위장전입 의혹 제기도 

위장전입으로 가장 논란이 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다. 2005년·2007년 국회법 개정으로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들이 대거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추가되면서다. 우선 위장전입으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2008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2010년) 등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2009년에는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도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였다. 김 총장은 인사 청문회 전 기자회견에서 “100% 백옥같이 희겠냐만 25년 동안 검사 생활 하면서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고 발언했다 이후 위장전입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2008년 2월 27일 오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장관내정자의 사퇴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있다.

2008년 2월 27일 오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장관내정자의 사퇴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있다.

2010년 8월에 있었던 청문회에서는 이인복 대법관 후보,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등 후보자 4명에게 동시에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신 후보자는 5번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에 결국 낙마했다. 당시 정장선 민주당 의원은 “‘위장전입은 이 정부에서 고위직으로 나가는 데 있어서 필수 조건이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후보가 “자녀들 취학을 위해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하며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낮아졌다는 취지였다.

박근혜 정부 때도 위장전입 논란..."위장전입 그랜드슬램"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위장전입은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였다. 2015년 3월에는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 홍용표 통일부장관 후보,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 등 청문회가 진행된 4명이 모두 위장전입 논란에 연루됐다. 당시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유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에 대해 언론에서 붙인 표현인데 그랜드 슬램이다. 이번에 4명의 후보자 전체가 위장전입을 한 전력을 갖고 있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위장전입 논란에도 4명 후보자 모두 무사히 청문회를 통과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년 1월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 논란이 제기됐지만 역시 무사히 넘어갔다. 홍 장관이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하자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금이야 이것이 마치 관행처럼 돼서 말 한마디로 넘어간다”고 비판했다.

강 장관의 인사 청문회에서도 야당 측은 위장전입 등의 의혹을 집중 검증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22일 “집권 여당(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정부에서 어떤 잣대로 평가하고 비판하고 낙마시켰는지 되돌아보라”며 “민주당보다 더 엄격하고 꼼꼼한 잣대로 인사청문회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했던 ‘5대 비리 관계자 원천 배제’ 약속을 저버려 유감”이라며 “청문회에 적극 협조하되 도덕성, 자질 검증은 충분히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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