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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쉬는 시간마다 빙글빙글…피젯 스피너가 대세 된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손가락 사이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조그만 바람개비 같은 장난감. ‘피젯 스피너’라고 부르는 이 물건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입니다. 피젯(fidget)은 ‘꼼지락거리다, 만지작거리다’, 스피너(spinner)는 ‘뱅뱅 도는 것’을 의미합니다. 피젯 스피너 열풍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피젯 스피너를 파는 회사들은 피젯 스피너가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안정,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걸까요? 피젯 스피너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요? 소중이 피젯 스피너 열풍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 작가(오픈스튜디오)
모델=윤서현(경기도 이매초 4) 소중모델

윤서현 소중 학생모델이 피젯스피너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임익순 작가)

윤서현 소중 학생모델이 피젯스피너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임익순 작가)

지난 5월 16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근처 문구·완구점. 계산대 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다양한 종류의 피젯 스피너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임(57)모씨는 지난달 말부터 피젯 스피너가 엄청나게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한 바구니 가득 차 있던 제품들이 모두 팔려 새 제품들로 다시 채웠어요. 요즘도 피젯 스피너를 사러 오는 학생들이 매일 있어요."

또 다른 초등학교 근처에서 문구·사무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 봤습니다. 마침 학부모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계산대에 진열된 3000원짜리 피젯 스피너를 발견하고는 하나를 구입하고 있었습니다. 가게 사장인 박(47)모씨는 피젯 스피너를 적극 추천하면서 “자녀에게 사다주면 ‘엄마 이런 것도 알아?’ 하면서 무척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선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가지고 놀다가 익숙해지면 비싼 제품을 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일러주기도 했습니다. 박씨는 “피젯 스피너를 돌리는 것이 정신 안정에 좋다고 하니까 부모님들이 많이 사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죠.

가게 옆 편의점에서 만난 중학생 친구들 5명에게도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3명의 친구가 가지고 있다고 대답하더군요. 박지훈(중학교 1학년)군은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가면 친구들이 서로 돌려보자며 아우성”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군은 “피젯 스피너에도 진품과 가품이 있는데 진품이 멋있게 생겼다”면서 “만 원이 넘어야 진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나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하네요. 그냥 심심풀이용, 시간 보내기용으로 가지고 논다는 설명입니다.

윤서현 소중 학생모델이 피젯스피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익순 작가)

윤서현 소중 학생모델이 피젯스피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익순 작가)

그럼, 부모님과 선생님의 생각은 어떨까요. 최지혜(부산 해원초 5)양의 어머니 이승미(46)씨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유행했던 요요나 연필 돌리기 놀이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요요는 작은 원반 두 개가 짧은 축으로 연결돼 있는 바퀴 모양으로, 이 축에 실을 감은 다음 실 끝을 손에 쥔 상태로 바퀴를 던졌다 당겼다 하면 실이 감겼다 풀렸다 하면서 바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난감입니다. 부모님들이 어린이 또는 청소년이던 시기에 큰 인기를 끌었죠. 연필이나 볼펜을 손에서 뱅글뱅글 돌리는 기술이 유행한 적도 있답니다. 이씨는 아이들이 심심할 때 잠깐씩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노는 것은 괜찮지만 습관적으로 계속 돌리거나 기술 연마에 너무 집착하면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요요가 유행했던 당시에도 여러 가지 기술을 익히려고 하루 종일 손에서 요요를 놓지 않는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이씨는 공부할 때까지도 피젯 스피너를 손에서 놓지 않으면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밝혔습니다. 또 피젯 스피너가 무게감이 있는 편이어서 나이가 너무 어린 아이들은 가지고 놀다가 손가락을 다칠 수도 있고 떨어뜨리면 발을 다칠 수도 있어서 위험할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죠.

신은주(서울 성신초) 교사도 학생들이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놀다가 날아갈 수도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이 다치거나 교실 안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 등이 깨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성신초등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 피젯 스피너를 가져오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피젯 스피너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초기 단계에 이런 규칙을 정한 덕분에 학교 안에서 피젯 스피너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대요.

피젯 스피너의 효과 알아보니 
그렇다면 피젯 스피너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먼저 이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의학 관련 분야의 연구 결과(학술지, 논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 ‘펍메드(PubMed)’에서 검색해봤지만 손에서 돌리는 스피너가 주의력이나 집중력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펍메드는 미국국립의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산하 NCBI(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가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입니다.

다음으로 소중 학생모델 윤서현(경기도 이매초 4)양이 직접 집중력 시험을 치러봤습니다. 이전까지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놀아본 적이 없는 윤양은 피젯 스피너를 돌리면서 놀기 전에 집중력 시험을 치고, 놀고 난 후 같은 방식의 시험을 다시 치렀습니다. 윤양이 치른 시험은 초점 주의력·작동기억·지속적 주의력·선택적 주의력 등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모니터에 나타나는데, 그 단어들이 의미하는 색깔과 실제 글자 색깔이 같은지 다른지를 잘 구분해야 하는 시험이죠. 예를 들면 빨간색으로 쓰인 ‘노랑’이라는 글자를 보여주면서 “어떤 색인지 말하라”고 하면 “빨강”이라고 대답해야 하는 식입니다.

윤서현 소중 학생모델이 피젯스피너를 가지고 놀기 전 1차 집중력 시험을 치르고 있다. (도움=마음누리 학습클리닉, 사진=최은혜 기자)

윤서현 소중 학생모델이 피젯스피너를 가지고 놀기 전 1차 집중력 시험을 치르고 있다. (도움=마음누리 학습클리닉, 사진=최은혜 기자)

윤양은 첫 번째 시험에서 261점을 받고 두 번째 시험에서 264점을 받았습니다. 스피너를 가지고 놀기 전과 후에 점수 차이가 거의 없어 별 의미가 없었던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뱅뱅 도는 스피너를 손에 든 채로 시험을 치러봤습니다. 그랬더니 점수는 257점으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방식의 시험을 반복해서 치르면 시험에 익숙해져서 점수가 조금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오히려 반대로 점수가 내려간 거죠. 이 같은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찬호 마음누리학습클리닉 원장은 “단 한 명의 실험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검사 결과를 보면 피젯 스피너를 돌리는 것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통계학적 근거가 미미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피젯 스피너를 손에서 돌리면서 받은 세 번째 검사에서는 점수가 떨어진 것을 봐도 피젯 스피너가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정 원장은 “팽이치기처럼 피젯 스피너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놀이를 통한 약간의 스트레스 감소’ 정도로 생각해야지, 마치 피젯 스피너가 집중력을 높여 공부를 잘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안전 문제에 대한 검토 필요 
아이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최지혜 학생기자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하고 계시는데 아이들이 피젯 스피너를 계속 돌리고 있어서 선생님이 모두 가방 속에 집어넣으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또 수업 중에 피젯 스피너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니 다른 친구들이 하고 싶다며 빌려달라고 해서 수업 분위기를 흩트리기도 했죠"라고 말했습니다. 한서연 학생기자는 종류 별로 여러 개를 사고 싶어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중 여러 개의 피젯 스피너를 구입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용돈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제품들도 많아 부모님에게도 부담이 된다고 생각해요."

반면, 시간을 정해 사용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최하은·박인성·안예린(부산 해원초 5) 학생은 “피젯 스피너를 돌리면 아무 생각이 안나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습니다. 김도연·김민정(세종시 도담초 6) 학생은 “장난감의 혁명”이라고 칭찬했죠. 정윤영·이건영(세종시 도담초 6) 학생도 “조금 더 무늬가 예쁘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사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피젯 스피너는 제품 종류와 돌리는 기술이 계속 다양해지고 있어서 아이들 사이에서 한동안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피젯 스피너를 교내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생활·안전 규칙이 마련된 학교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울시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안전부장 교사는 “바퀴 달린 신발의 경우 위험성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지만 피젯 스피너는 아직 위험하다는 인식이 크지 않다. 그러나 최근 학생들이 부쩍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안전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윤서현 소중 학생모델이 피젯스피너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임익순 작가)

윤서현 소중 학생모델이 피젯스피너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임익순 작가)

▶소중 학생기자의 취재 뒷이야기  

민수경 학생기자(세종시 도담초 6)
저희 반에서는 전체 23명 중 6명만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있는데, 쉬는 시간에 피젯 스피너를 돌리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관심이 쏠리게 됩니다.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있지 않은 친구들은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빌려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피젯 스피너를 돌릴 때 느낌이 좋아서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피젯 스피너에 대한 친구들의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피젯 스피너를 수업 시간에도 가지고 노는 친구들이 있고, 장난감이기 때문에 되도록 학교에 가져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반에서 어떤 친구가 다리를 분리할 수 있는 피젯 스피너를 쉬는 시간에 가지고 놀다가 다리가 사방으로 튀어나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최지혜 학생기자(부산 해원초 5)
피젯 스피너는 저희 반에서 전체 26명 중 21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많은 학생에게 인기가 있었습니다. 지난달부터 거의 모든 문구점에서 피젯 스피너를 팔고, 반 친구들이 대부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피젯 스피너가 정말 인기 있구나 느꼈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피젯 스피너를 팔고 있고 많은 구매 후기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유튜브에 들어가면 피젯 스피너를 직접 만드는 법, 여러 가지 가지고 노는 기술 등 영상들이 올라와 있죠. 저도 다양한 재질과 모양의 피젯 스피너가 신기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많이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 구입했습니다. 피젯 스피너는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좋고, 점점 돌리는 것이 익숙해지면 어려운 기술도 익히면서 가지고 노는 동안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정상의 문제도 있으니, 학교에서 사용하는 건 위험해 보입니다.

한서연 학생기자(서울 서정초 5)
학교에서 제 뒷자리에 앉는 친구가 어느 날 쉬는 시간에 피젯스피너를 꺼냈는데 그 친구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순식간에 모여서 너도나도 해보고 싶다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저희 반은 전체 27명 중 19명의 친구들이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반 친구들은 피젯 스피너를 쉬는 시간에만 가지고 놀아서 선생님께서 별도의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피젯 스피너를 돌리는 것은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하게 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친구들이 자꾸 피젯 스피너를 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피젯 스피너가 없지만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모습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저도 하나쯤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피젯 스피너는 가격이 비싼 것이 많아서 초등학생 용돈으로는 사기 힘들죠.

한서연 학생기자(왼쪽 두 번째)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피젯스피너를 가지고 놀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한서연 학생기자 제공)

한서연 학생기자(왼쪽 두 번째)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피젯스피너를 가지고 놀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한서연 학생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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