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넘어 만난 음악지기들 어쩌다 '진짜' 가수 됐어요"

중앙일보

입력 2017.05.22 00:01

업데이트 2017.07.25 15:39

17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음악학원 연습실에서 만난 여성 3인조 포크밴드 '민들레트리오'는 들떠있었다. 최근 그녀들의 첫 노래 <외출하는 날>을 발표하고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민들레트리오' 이야기 담은 <외출하는 날> 음원 공개

이유진(56·리드기타), 이수정(56·보컬), 반보영(55·기타) 씨로 구성된 민들레트리오는 쉰이 넘은 나이에 음악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만난 음악지기들이다. 이들은 최근 노년반격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의 곡을 세상에 내놓으며 '진짜(?)' 가수로 데뷔했다.

민들레트리오(사진 왼쪽부터 반보영 씨, 이수정 씨, 이유진 씨)가 자신들의 기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지명 기자]

민들레트리오(사진 왼쪽부터 반보영 씨, 이수정 씨, 이유진 씨)가 자신들의 기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지명 기자]

4월 22일 민들레트리오의 첫 노래 <외출하는 날>이 주요 음원사이트에 공개됐다. 4주간의 공동 창작 워크숍을 통해 가수 이한철이 작곡한 멜로디에 민들레트리오의 이야기를 가사로 입혔다. 노래는 평범한 일상에 뭍혀 꿈꾸던 일을 고이 접어둬야 했던 순간들로부터 외출을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민들레트리오가 직접 작사에 참여했는데,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풀어내 진정성을 더했다. '신발장 깊은 곳을 빼꼼 들여다 보다 기죽은 구두를 흔들어 깨워 집을 나선다'는 가사는 섬세하고 따뜻하다.

<외출하는 날>

작곡: 이한철 / 작사: 이한철, 민들레트리오 / 편곡: 이한철, 이은상

분홍 헤어롤 돌돌 말고

거울 속에 나 문득 문득

무표정한 날 발견하고 있어

힘없는 두 어깨

그리고 문득. 나만의 인생

그래 맞아 나도 그래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래

민들레처럼 활짝 웃던 우리

꿈이 많던 우리

그때 맘으로 새롭게 시작해

화사하게(화사하게)

꽃길을 걷는 날(사뿐사뿐)

설레는 마음에(두근두근)

춤추듯 걷는 나(라라라 춤추네)

화려하게(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사뿐사뿐)

꿈꿀 수 있는 미소가 있단 게

난 행복해

신발장 깊이 빼꼼 빼꼼

기죽은 구두 흔들어 깨워

집을 나서네

햇살은 따스해. 바람은 시원해

가벼운 걸음 어디로 가볼까?

화사하게(화사하게)

꽃길을 걷는 날(사뿐사뿐)

설레는 마음에(두근두근)

춤추듯 걷는 나(라라라 춤추네)

화려하게(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사뿐사뿐)

꿈꿀 수 있는  

미소가 있단 게

난 행복해

화사하게(화사하게)

설레는 마음에(두근두근)

춤추듯 걷는 나(라라라 춤추네)

화려하게(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사뿐사뿐)

언제나 내게

노래가 있단 게

열정이 있단 게

사랑이 있다는 게

우린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악기만큼 좋은 친구 없죠"
민들레트리오의 리더인 이유진 씨는 가장 열정이 넘친다. 활동하는 음악그룹만 해도 3개나 된다. 민들레트리오뿐만 아니라 락밴드 '우아밴(우린아름다운밴드)'세미 클래식 밴드 '여울 앙상블' 등이다. 장르도 클래식부터 락까지 극과 극을 넘나 든다. 20대 초반부터 동네 YMCA 요들송 그룹을 하며 음악을 맛 봤고,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난 뒤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광주에서 주부밴드 '해피맘밴드'를 결성하며 밴드 생활을 시작한 뒤 서울로 이사온 후에도 새로운 주부밴드를 꾸려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갔다. "악기만큼 좋은 친구가 없어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함께도 할 수 있죠."(이유진 씨)

"프로 취미러 되어 보세요"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이수정 씨는 그룹 내 리드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교사 생활로 바빴던 데다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탓에 악기를 배우는 것도 공연을 하는 것도 망설였지만, 이제는 음악이 일상의 가장 큰 기쁨을 차지한다. "어느날 딸이 친구 엄마한테 추천해 줄 취미생활이 없냐고 하길래 왜 엄마한테 그런 걸 묻냐고 했더니 '엄마는 프로 취미러잖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요즘은 '빈둥지증후군'이라고 자녀를 키우고 난 뒤 허전함을 느끼고 우울증에 걸리는 엄마들이 많아요.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관심 있고 하고 싶었던 것에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노래를 시작하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됐고, 일상이 풍성해졌어요."(이수정 씨)

"주부들에게 음악 전파"
밴드 막내인 반보영 씨는 그룹 내 분위기 메이커다. 절대음감을 뽐내는 그녀는 외출하는 날 노랫말을 붙이는데도 가장 큰 역할을 했다. 20년간 은행에서 근무한 뒤 '이제는 좀 재미있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히 사직서를 썼고, 기타를 들기 시작했다. 회사도, 동료도 만류했지만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새로운 것에 도전한 덕분에 밴드도 하게 되고 공연도 다니게 됐고, 우리 노래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 노래를 만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노하우도 배우고. 용기도 얻었어요. 앞으로 민들레트리오의 자작곡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반보영 씨)

'압구정동 해피바이러스 의료봉사단'에 소속돼 음악 봉사활동을 주로 다니는 민들레트리오는 공연을 통한 재능기부 활동 외에 주부들에게 음악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민들레트리오는 말한다. "이제는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게 인생에서 취미 그 이상이 돼버렸어요. 앞으로도 음악으로 나누면서 살 거에요."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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