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해 대검찰청 돌진한 굴삭기 기사의 항변

중앙일보

입력 2017.05.21 15:48

업데이트 2017.05.21 18:35

경찰관이 지난해 11월 1일 굴삭기를 몰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하는 정모씨를 향해 테이저 건을 쏘고 있다. [사진제공=JTBC 화면 캡처]

경찰관이 지난해 11월 1일 굴삭기를 몰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하는 정모씨를 향해 테이저 건을 쏘고 있다. [사진제공=JTBC 화면 캡처]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분노해 전북에서 굴삭기를 몰고 혼자 대검찰청 청사에 돌진한 40대 굴삭기 기사의 사연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31일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리면서다.

지난해 11월 전북 임실서 굴삭기 몰고 서울 대검 돌진
당시 "국정농단 최순실에 분노"주장해 동정론에도 구속

"대검 청사 시설물 파손, 방호원 부상 입힌 잘못에 죄송"
국정농단에 격분한 범행 동기 참작해야 한다는 여론도

고향에서 4000명 탄원서, 1500만원 모금운동도
1심서 징역 2년, 서울고법서 31일 첫 항소심 주목

굴삭기 기사 정모(46)씨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대검으로 돌진해 계단을 올라가 동문을 파손시켰다. [중앙포토] 

굴삭기기사 정모(46)씨가지난해 11월 1일 오전 대검으로 돌진해 계단을 올라가 동문을 파손시켰다. [중앙포토]

굴삭기 기사 정모(46)씨는 지난 3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1일 오전 8시30분쯤 굴삭기를 몰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돌진해 시설물을 부수고 이를 말리던 방호원을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정씨가 범행을 자백했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려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저희는 하루하루 목숨 걸고 일하고 있는데 최씨는 법을 어겨가며 호의호식하는 걸 보고 참을 수 없었다"며 "그 와중에 다친 분(방호원)이 있는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그는 "제가 했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건지 광화문 촛불집회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굴삭기 기사 정모(46)씨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대검으로 돌진해 계단을 올라가 동문을 파손시켰다. [중앙포토] 

굴삭기기사 정모(46)씨가지난해 11월 1일 오전 대검으로 돌진해 계단을 올라가 동문을 파손시켰다. [중앙포토]

앞서 정씨는 경찰에서 "(범행) 전날 최순실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국민들께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죽는 것을 도와주러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정씨의 고향인 전북 임실을 중심으로 모금 및 탄원 운동이 일었다. 파손된 대검 시설물 변제금 1억5000만원과 방호원의 치료비 등을 물어야 하는 정씨를 돕기 위해서다. 약 1500만원이 모였고 4000여 명이 '정씨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들은 "정씨의 행동은 부적절했지만 그가 표출한 분노에는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의 변론을 맡은 이덕춘 변호사는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씨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이 사건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최순실 사건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뒤늦게 면피용 수사를 한 검찰에 분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죄가 없다는 게 아니라 검찰이 최순실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다면 이런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굴삭기 기사 정모(46)씨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대검으로 돌진해 계단을 올라가 동문을 파손시켰다. [중앙포토] 

굴삭기기사 정모(46)씨가지난해 11월 1일 오전 대검으로 돌진해 계단을 올라가 동문을 파손시켰다. [중앙포토]

실제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순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불만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검찰이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숨기고 있다가 사건이 커지니까 수습하는 것으로밖에 보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사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민정수석실의 '정윤회 사건' 재조사를 통해 검찰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미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정씨의 '굴삭기 돌진 사건'과 관련해 검찰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31일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정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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