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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목소리, 마력의 무대 펼친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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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30면

데이비드 대니얼스

데이비드 대니얼스

영화 ‘파리넬리’를 통해 잘 알려진 카스트라토(Castrato)는 소프라노나 콘트랄토 음역을 보존하기 위해 사춘기 이전에 거세당한 남자 성악가를 일컫는 말이다.
17~18세기에 걸쳐 큰 인기를 끌었지만 19세기에 접어들며 생명력이 소진됐다. 화려했던 카스트라토의 시대가 저물고 한참 뒤 재등장한 남성 알토를 우리는 지금 카운터테너라 부른다. 가성을 사용함으로써 점차 여성의 음역에 가까워지고, 여성의 알토나 메조소프라노 음역에 해당하는 소리를 내게 됐다.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카운터테너 2명이 한 무대에 선다. 6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하는 미국의 스타 카운터테너 데이비드 대니얼스(51)와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프랑스의 카운터테너 크리스토프 뒤모(38)다.

카운터테너 대니얼스·뒤모,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 #일시: 6월 9일 #장소: 예술의전당 #문의: 02-580-1300 #

스타 카운터테너 vs 청중 시선 훔치는 연기

크리스토프 뒤모

크리스토프 뒤모

데이비드 대니얼스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스파턴버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바리톤, 어머니는 오페라 소프라노였다. 보이 소프라노로 노래를 시작한 대니얼스는 변성기가 지나자 테너 성부를 불렀다. 신시내티 음악원에 진학한 그는 테너 가수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미시건 음대 대학원 진학 중에 카운터테너로 전향한다.

1992년 정식 데뷔한 이후 97년 리처드 터커 상을 수상했다. 99년에는 헨델 ‘줄리오 체사레’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데뷔했다. 그는 바로크 오페라에만 머물지 않았고, 다양한 배역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메트에서 열린 벤저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 중 오베론,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에서 열린 글룩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오르페오로 분했다. 2013년 대니얼스는 산타페 오페라의 ‘오스카’ 중 오스카 와일드 역을 맡았다. 대니얼스를 위해 시어도어 모리슨이 작곡한 오페라다. 2015년 토마스 아데의 ‘템페스트’ 중 트링쿨로 역으로 빈 국립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2015년 가을 모교인 미시건 음대에 교수로 부임했지만, 연주 활동은 여전히 활발했다. 오페라뿐 아니라 리사이틀 무대에도 자주 선다. 베를리오즈와 풀랑 등 카운터테너와 관련 있는 19~20세기 작곡가들의 예술 가곡을 부른다.

크리스토프 뒤모는 샬롱앙상파뉴 음악원에서 성악과 첼로를 공부하고, 2000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진학했다. 2002년 21세의 뒤모는 헨델 ‘리날도’ 중 에우스타지오 역할을 노래하며 몽펠리에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2003년 헨델 ‘타메를라노’의 타이틀 롤로 스폴리토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미국에 데뷔했다. 2004년부터는 브뤼셀 모네 극장과 산타페 오페라 등 주요 극장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2005년 파리국립오페라에서 몬테베르디 ‘포페아의 대관’ 중 오토네를 노래했다. 2006년에는 헨델 ‘로델린다’ 중 우눌포 역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처음 섰다.

2013년 메트에서 불렀던 헨델 ‘줄리오 체사레’ 중 톨로메오는 평론가들의 절찬을 받았다. 뒤모는 르네 야콥스의 헨델 ‘리날도’(HMF), 윌리엄 크리스티의 영상물인 헨델 ‘줄리오 체사레’(BBC/Opus Arte), 라르스 울릭 모르텐센의 영상물 헨델 ‘파르테노페’(Decca) 등의 음반을 발매했다. 뉴욕타임스는 뒤모를 “등장할 때마다 청중의 시선을 훔치는 마력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세계적인 두 카운터테너의 컬래보레이션

6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는 세종솔로이스츠가 연주하는 헨델 ‘솔로몬’ 서곡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데이비드 대니얼스가 헨델 ‘로델린다’ 중 ‘죽음의 공허한 영광이여… 어디에 있는가, 나의 사랑’과 ‘나는 혼란스럽네 충실하지 못한 배우자여’를 노래한다. 크리스토프 뒤모가 바통 터치를 하며 헨델 ‘플라비오’ 중 ‘내 영혼의 사랑’, ‘아리오단테’ 중 ‘의무, 정의, 사랑이’를 부르며 1부가 끝난다.

비발디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RV514’를 세종솔로이스츠가 연주하며 시작되는 2부는 두 카운터테너 중 한 명이 비발디 ‘주스티노’ 중 ‘나의 사랑하는 님과 만나리’를 노래하며 마무리된다.

3부는 퍼셀이다. 샤콘느 G단조 Z.730을 세종솔로이스츠가 연주한다. ‘오너라, 너 예술의 아들들이여’ 중 ‘트럼펫을 울려라’ Z.323과 메리 여왕을 위한 애가 ‘오렌지 가문의 성스러운 주인이시여’ Z.514를 대니얼스와 뒤모가 듀엣으로 부르며 대미를 장식한다. ●

글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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