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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가짜 뉴스 남발하고 편가르고 … 싫어도 접속하는 인터넷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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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나는 인터넷이 싫다
(i hate the inter-net)
자렛 코벡 지음
서펜츠테일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누군가 실제 그런 실험을 해본다면 그 결과 보고서는 아마 인터넷에 올려야 많이 읽힐 것이다. 인쇄물을 읽다보면 금새 지루해지는 세상, 휴대전화 속 인터넷에는 재미가 가득하다. 이 글도 아마 인터넷으로 읽고 있는 독자가 많을 테니까 ….

소설에서 저자는 1990년대 대학을 졸업한 20대 때 만화 잡지에서 그림을 그리던 여주인공 아들린의 얘기를 그려낸다. 만화가로 꽤 명성을 쌓았던 그가 2013년이 되자 ‘갱단에 의해 강간이나 죽임을 당했으면 좋겠다’는 악의적 온라인 메시지를 받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정상적으로는 읽을 수 없는 온갖 약어가 쓰인 메시지다. 아들린이 인터넷에서 세태에 맞지 않은 주장을 강하게 폈다가 된 서리를 맞은 것이다.

젠더는? 살고 있는 곳은? 이름은?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과 책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수많은 이들의 정보를 물어대며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유통되는 정보 중에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것도 많고,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내용도 허다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등장인물들이 인터넷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현대 문명이 붕괴한 이후 미래의 외계인이나 살아남은 후대에게 과거 우리가 사용한 네트워크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처럼 서술돼 있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서로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를 확인시켜준 훌륭한 발명품이었어.” “인터넷은 힘이 없는 사람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제안되면서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지. 하지만 헛소리였고, 유일한 효과는 다른 힘 없는 사람들에게 불행을 심는 것이었을 뿐이야.”

온라인 네트워크로 엮인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소설에서 저자는 창작자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테크 컴퍼니들을 비판한다. 스티브 잡스 등 실리콘밸리의 아이콘들도 소설 속 인물로 등장시켜 조롱을 해댄다.

소설은 규제되지 않은 자본주의와 인터넷 시대에 대한 자화상으로 읽힌다. 가짜뉴스와 손쉬운 편가르기가 서로에 상처를 내고, 창작자들에게 위기인지 기회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인터넷이 당신은 싫은가 좋은가.

영국 베스트셀러 (5월 14일자·비소설·하드백)

① 지략가들(Adults in the Room), 야니스 바루파키스 지음, 보들리 해드=그리스 경제학자가 새로운 유럽의 민주주의를 일깨우기 위해 보내는 긴급 경보.

② 고백(Admissions), 헨리 마쉬 지음, 바이든펠드=뇌 전문의인 저자가 은퇴 후 네팔과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며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③ 균형 잡기(Balancing Acts), 니콜라스 힛너 지음, 케이프=영국의 가장 큰 극장에서 12년간 일하며 겪은 내부 이야기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④ 속도를 위한 축적(Built for speed), 존 맥기네스 지음, 이브리=영국 모터사이클 경주 베테랑이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⑤ 마디 일기(The Maddie Diaries), 마디 지글러 지음, 사이몬 앤 슈스터=댄서 겸 배우이자 모델인 저자가 10대부터 경력을 쌓으면서 갖게 된 독특한 관점을 풀어낸다. <자료:선데이타임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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