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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미세먼지는 기후변화로 더 나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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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홍상APEC기후센터 원장

정홍상APEC기후센터 원장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할 만큼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WHO에서는 우리나라를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앞으로 50년 후에 대기오염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로 예측하기도 했다.

중국 영향 등 오염원 발생이 #미세먼지 근본 원인이지만 #상태 악화되는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인 대응자세 필요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실제 데이터로도 입증되고 있다. APEC기후센터와 부산대병원이 최근 수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각각 10%씩 증가하면 호흡기질환 입원환자 수가 각각 6%, 12%씩 늘어난다.

미세먼지 농도는 오염원의 발생, 바람에 의한 이동, 대기의 정체라는 세 가지 측면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이 중 오염원의 발생이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이다. 화력발전, 매연, 자동차 배출가스 등이 주된 오염원이다. 하지만 오염원이 실려 있는 대기의 이동도 중요하다. 오염원이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더라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정작 그 피해는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 떠안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서풍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 그 예다.

대기의 정체도 중요하다. 바람이 세게 불면 오염원이 발생하더라도 곧 날아가 버린다. 반면 대기가 정체돼 있는 경우에는 오염원이 쌓이면서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 대기 정체에는 기상 요인뿐 아니라 도시 환경 요인도 작용한다. 즉 도시화에 따라 고층빌딩이 증가하고 녹지 지역이 감소하게 되면 바람의 흐름을 방해해 대기를 더 정체하게 한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 도시를 건설할 때 바람길을 미리 조사해 이 지역을 녹지로 유지함으로써 바람의 원활한 흐름을 막지 않도록 한다.

1952년 5일간 4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런던 스모그의 경우를 보면 바람의 이동과 대기의 정체 요인이 중요함을 실감할 수 있다. 당시 런던 상공의 기상 요인으로 지표의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워지면서 매연이 섞인 대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표에 쌓였다. 지표상에 부는 바람도 거의 없어 다른 지역으로 매연을 날려 보내지도 못했다. 최악의 스모그가 5일간 지속되다가 결국 남서풍이 불어 오기 시작하면서 끝났다.

비나 눈 같은 강수도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준다. 미세먼지 관측자료를 보면 강수량이 많은 7월부터 9월 사이에는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건조한 12월부터 5월 사이에는 농도가 증가한다. 강수에 의해 공기 중의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상·기후 요인이 미세먼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앞으로 미세먼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반도 기후예측 모델로 앞으로 수십 년간의 기간에 대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우려가 커진다.

대기 이동 면에서 중국 쪽에서 오는 서풍은 앞으로 한반도 남쪽 해양에서 고기압 순환이 강화됨에 따라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즉 중국발 미세먼지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 정체는 어떨까? 미래 한반도에서 바람 세기는 여름철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서 줄어들고, 특히 봄철에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시기인 봄철의 바람 세기 감소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정밀한 분석 연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미세먼지 대책은 현재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추진해야 할지 모른다.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강화돼야 한다. 직접적인 발생 요인뿐만 아니라 기상·기후 요인과의 관계, 도시 공간 배치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간접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폭넓게 분석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연구는 정부와 공공 부문이 나서서 주도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연구 성과가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는 바로 연결되지 않고 또 그 혜택이 일부 집단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가는 전형적인 공공재 성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상당 부분 중국에서 오기 때문에 국제적인 해결 노력도 중요하다. 중국이 협력에 소극적이기 쉬우므로 협상력 강화를 위해선 우선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해 한·중·일 간의 공동 관측, 연구와 정책 공조를 도모해 나가야 한다. 인근의 대만도 설득해 동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부터 스스로 국내산 미세먼지 오염원을 줄여 나가는 실천 노력도 필요하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같다. 오염원인 화력발전, 매연, 자동차 배기 등을 줄이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오염에 영향이 큰 경유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더 혜택을 주고 있는 세제부터 고쳐야 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국민 각자가 나의 문제이므로 다소 희생하더라도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에너지 절약, 쓰레기 줄이기 등 생활 주변에서부터 하나씩 노력해 나갔으면 한다.

정홍상 APEC기후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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