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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돈봉투 만찬’ 감찰 지시는 사실상 수사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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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영렬 중앙지검장(左), 안태근 검찰국장(右)

이영렬 중앙지검장(左), 안태근 검찰국장(右)

“결국 이 사건이 검찰 개혁 폭탄의 뇌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검찰·법무부 간부의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월 21일 (안태근) 검찰국장은 (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장들에게 70만~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했다”며 “격려금의 출처와 제공 이유, 적법 처리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독립성 때문에 수사 지시 못해 #범죄 혐의 발견되면 바로 수사 전환 #법조계선 “이영렬·안태근 친분없는 #특임검사 임명, 진실 규명을” 주장도

이 격려금은 ‘특수활동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건 발생 직후 검찰과 법무부가 이 돈을 ‘수사지원비’ 또는 ‘격려금’으로 언급했는데 통상 이런 경우는 기관예산 항목 중 특수활동비에서 꺼내 쓴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 측은 “격려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도 현재 감찰 대상이다.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낸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적혀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법무부 간부에게 건넨 돈은 규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부 검찰국 간부가 기밀에 해당되는 정보 수집 또는 사건 수사를 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이 지검장의 횡령 혐의로 연결될 수도 있다. 법무부 간부들이 받은 돈을 다음 날 반환했지만 규정 위반 행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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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에서 지출됐다 해도 문제다. 이 돈은 통상 한 기관 내에서 사용된다. 검찰과 법무부 간부에게 건네진 돈이 기관 공금 이 아닌 개인 돈일 경우에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속해 있는 이 지검장이 그 추천 실무를 담당하는 검찰국에 돈을 건넨 것은 청탁을 목적으로 한 일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을 때 그와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안 국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익명을 원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대상자(안 국장)를 무혐의 처리한 후 수사 책임자들이 식사 자리에서 돈을 받은 건 사후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감찰 대상이 최고위급 간부인 데다 감찰이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대검과 법무부는 초긴장 상태다. 대검 관계자는 “지난해 ‘김형준 스폰서 검사’ 사건 때처럼 감찰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곧바로 수사로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수사 지시다. 검찰 독립성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시를 할 수 없어 감찰 지시로 형식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확실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법 적용을 위해 이 지검장이나 안 국장과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는 검사를 특임검사로 임명해 수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감찰 과정에서 혐의점이 드러난다면 수사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특임검사 임명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특임검사 임명 권한은 검찰총장 대행(김주현 대검 차장)에게 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진경준 전 검사장의 ‘130억원대 주식 대박’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했다.

◆특임검사

검사가 연루된 사건의 엄정한 수사를 위해 검찰총장이 임명한다. 검찰 상급자의 지휘를 받지 않을 권한을 보장받는다.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면 된다.

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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