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새 대북정책 펼칠 기회 … 미국의 선제타격에 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윌리엄 페리

윌리엄 페리

북핵 위기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은 오히려 미국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이에 미국 온라인 매체인 허프포스트의 국제뉴스 전문 웹사이트 월드포스트는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의 기고와 푸잉(傅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외무위원장에 해당)과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다음은 요약.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중국, 북핵문제 심각하게 받아들여 #당근과 채찍으로 핵 동결 이끌 수도

북한은 현재 20개 정도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이 갖고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 수백 개 중 일부에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앞세워 북한은 수차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최근엔 미 본토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미 도시를 파괴하는 영상까지 내놓았다.

이처럼 위험한 나라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미국은 지난 20년간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내가 미 국방장관에 재직하던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핵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두 번째 한국전쟁이 발발할 뻔했다. 당시 필자는 북한 영변 핵시설을 타격하고 주한미군을 대폭 증강하는 비상계획을 준비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계획을 실행하는 대신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 체결하는 등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했다.

관련기사

북한이 90년대 후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긴장은 다시 고조됐다. 당시 나는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클린턴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요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한국과 일본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미국은 안전 보장을 약속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협상은 고무적이었다. 김정일은 2000년 10월 군 고위 관료를 워싱턴에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타결을 눈앞에 두고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다. 2001년 취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2년 동안 단절했다. 이후 부시 대통령은 중국과 함께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수년에 걸친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없었다.

이제 우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선제타격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뭐든 오늘날의 선제타격은 94년만큼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는 잘 은폐돼 있고, 한국에 대한 보복 공격만 불러올 뿐이다. 따라서 나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에 반대한다.

한편 나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믿고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생긴 기회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이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일 핵 무장은 중국의 핵심 이익에 치명적이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갖고 있다. 중국은 식량 지원과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강력한 채찍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은 안전 보장을, 한국은 개성공단 같은 경제적 지원을 제안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강조한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한국이 새로운 대북정책을 펼칠 절호의 시기다. 당근과 채찍 중 일부는 핵·미사일 실험 동결을 이끌어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지역 안보에 큰 진전이 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새로운 외교적 접근 기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가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현명할까.

▶ 윌리엄 페리

● 1999 빌 클린턴 정부 대북 특사
● 1994 미국 국방장관
● 1988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이사
● 1957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수학 박사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