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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당분 없는 탄산수도 자주 마시면 치아 삭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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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학원생 박소연(35·여)씨는 이틀에 한 병꼴로 탄산수를 마신다. 편의점에서 한 번에 여러 병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신다. 편의점에선 두 병을 사면 한 병을 얹어주기 때문에 탄산수를 많이 사게 된다. 박씨는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좋아했는데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탄산수로 바꿨다”고 말한다.

강산성이라 치아 표면 부식시켜 #빨대로 마신 다음 물로 입 헹궈야 #소화 안 될 땐 사이다가 특효약? #역류성 식도염만 덧나게 할 수도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탄산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탄산수 판매액이 2013년 약 60억원에서 2014년 119억원, 2015년 198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탄산수가 치아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영국의 치과의사 애덤 스톤 박사는 최근 영국 언론에 “탄산수는 산성도가 pH 3에 달하며 탄산 거품 때문에 치아 법랑질이 부식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치과병원 장주혜 교수는 “탄산수를 자주 마시면 치아 표면이 화학적으로 닳아 치아우식증(충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산도(pH)는 7(중성)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산성이, 높을수록 알칼리성이 강하다. 치아는 pH 5.5 이하에서 녹는데 탄산수는 pH 3~4로 강한 산성이다. 장 교수는 “탄산음료나 탄산수는 빨대로 마시고 이후 물로 입을 헹구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탄산을 마시면 소화가 잘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나 실제로 그런 효과는 없다. 탄산 섭취가 음식물 분해나 이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소화제로 생각해 탄산수를 들이켜는 건 오히려 위장 건강에 좋지 않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탄산이 식도의 괄약근 기능을 떨어뜨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탄산수를 너무 자주 많이 마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산음료는 탄산 외에 당(糖)도 들어 있어 더욱 문제다. 탄산음료 250ml 한 캔에는 보통 25g의 당이 있다. 각설탕(3g) 8개 정도의 양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의 탄산음료 섭취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보건복지부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3회 이상 탄산음료를 마시는 중고생이 2011년 23.2%에서 지난해 27.1%로 늘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0~2014년 12~18세 청소년의 탄산음료 당 섭취량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이 끝나자 인근 편의점이 학생들으로 붐볐다. 편의점 점주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은 ‘1+1 행사’를 하는 탄산음료를 가장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 곽모군은 “탄산음료가 다른 음료보다 더 맛있다. 등굣길에 편의점에서 사서 갖고 들어가 학교에서 선생님 몰래 마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선 일정 당도 이상의 탄산음료는 학교 매점에서 판매가 금지돼 있다. 학생들은 교내에선 살 수 없는 탄산음료를 편의점에서 많이 산다고 한다. 청소년 사이에서 탄산음료가 워낙 인기 있다 보니 일부 업체는 교내 판매 금지 기준 아래로 당도를 낮춰 학교 매점에 납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제품 역시 많이 마시면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산음료는 당이 많은데도 탄산의 톡 쏘는 맛 때문에 단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자기도 모르게 단맛에 길들여지면 식습관이 변하고 당을 과도하게 섭취해 비만·심혈관계질환 등 성인병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으로 당을 하루 열량의 10%(2000㎉를 먹는 사람은 당 50g 정도) 이상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질환에 걸릴 확률이 고혈압은 66%, 당뇨는 41% 더 높다.

키 1m63㎝에 체중이 100㎏ 나가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이모(12·경기도 남양주)군은 하루에 콜라 1.5L를 마신다. 지난달 말 갑자기 혈압이 상승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혜 교수는 “탄산음료는 당이 많지만 음료수 양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포만감을 느끼게 될 때까지 많은 양을 마시게 될 수 있다. 탄산음료보다 물·생과일주스·우유 등을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소영 순천향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강한 단맛을 찾으면 식품업체는 당 함량을 늘린다. 어릴 때부터 너무 단 음식을 찾지 않게 하고 가공식품을 먹을 때는 당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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