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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진보세력과 삐걱거리는 文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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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즌 2가 된다면 곤란한데…”
대선 후 만난 한 정의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망에 이렇게 답했다.

민주노총 6월 총파업 예고 #비정규직 문제 등 '노정(勞政) 교섭 테이블' 요구 #文, "노동자들도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 하지 말라" #지난 대선 앙금남은 정의당, 文 '우클릭' 우려 #"좌측 깜박이 켜고 우클릭 한 참여정부 시즌 2 곤란 "

노동계와 진보진영 인사들에게 참여정부는 애증의 존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취임 직후부터 노동계 등 진보진영과 마찰을 빚었다. 2003년 봄부터 화물연대와 철도노조의 파업이 잇달아 벌어졌고,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다. 이후 이라크 파병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거치며 양측의 갈등은 심화됐다.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중앙포토]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중앙포토]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첫 행보는 진보진영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취임 사흘만인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임기중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늘 대통령의 행보는 매우 상징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지난 1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 등과 이야기 중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 등과 이야기 중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곳곳에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당장 민주노총은 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및 노조 활동 권리 보장 등을 주장하며 6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정부 간 ‘노정(勞政) 교섭 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파업 배경에 대해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등은 정부에게 맡겨둔다고 저절로 되지 않는다”며 “일종의 ‘실력 행사’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종의 새 정부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12일 문 대통령의 인천공항공사 방문 때도 양측간의 입장 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민노총 인천공항 박대성 지부장은 “정부,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같이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나가겠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노동자들도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 하진 말라”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초기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3개월만에 화물연대가 벌인 파업이 물류파동으로 이어지면서 큰 곤란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이 노동단체에 대한 엄정 처리를 지시하자, 민주노총은 ‘선무당 노무현이 노동자 잡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3개월만인 2003년 5월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은 물류파동으로 이어지면서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정부는 출범 3개월만인 2003년 5월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은 물류파동으로 이어지면서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중앙포토]

한편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된 박형철 변호사의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박 변호사는 노동자 자살 등 극심한 노사 대립을 겪은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사측 대리인을 맡은 전력이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18개 단체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롭게 시작한 정부의 개혁 의지에 반한 박형철 비서관은 스스로 자리를 내려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청와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청와대]

국회 내 진보세력을 자임하는 정의당도 지난 대선 과정의 앙금이 남아있다. 이광수 정의당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할 때까지 문재인 저주’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제기한 이른바 ‘사표론(死票論)’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선거 일주일 전인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 지지는 다음에 해도 괜찮다”고 말해 정의당 측의 반발을 샀다. 이 선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저주하며 전쟁을 시작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측의 공식 사과 없으면 모든 방식 동원하여 저주 흑주술 퍼붓습니다. 저열한 XX들”이라고 적었다.

이광수 페이스북 캡쳐

이광수 페이스북 캡쳐

한편 ‘문팬’을 비롯한 문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민주노총을 '노동귀족' 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민주노총의 6월 총파업을 저지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또, 정의당에 대해서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심상정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의 발언 등을 모아 비난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정의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국당 등 야당과의 협조를 위해 ‘우클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노동계와 진보진영과의 갈등이 커지면 자칫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됐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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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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