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느는 가계빚 … ‘150% 총량관리제’로 잡힐까

중앙일보

입력 2017.05.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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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잡힐 듯했는데 잡히지 않는다. 4월 들어 증가세가 살아난 가계부채 이야기다. 몇 달간 꺾인 줄로 알았던 가계부채 증가폭이 다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인다.

이사철 맞아 자금 수요 늘어
4월 들어 7조3000억원 증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대출 죄면 사금융 몰릴 우려

15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4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달에 비해 4조6496억원 늘었다. 지난해 4월(5조2920억원)보다는 증가액이 줄었지만 전달(2조9414억원)과 비교하면 늘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전월 대비)은 올 1월 69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가 2월, 3월엔 2조9000억원대를 기록했고 4월에 4조6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제2 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총 가계대출도 비슷한 추세다. 지난달 전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7조3000억원으로 전달(5조5000억원)보다 32% 늘었다. 금융 당국은 이 정도면 안정적 추세라고 해석한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봄 이사철을 맞아 자금 수요가 늘었지만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줄 었다”고 말했다.

이런 해석에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실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많이 줄었던 가계대출 증가액이 다시 커지고 있다”며 “안정됐다고 하기엔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로 미뤄졌던 아파트 분양이 재개된 점이 관건이다.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쉽사리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는 새 정부의 주요 해결 과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이 안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해결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첫째로 내세운 것이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 비율을 150% 이내로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13년 말 133.9%에서 해마다 올라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3.6%다.

최종 대선 공약집에서 총량관리제는 제목만 남고 구체적인 수치는 빠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50%’는 새 정부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는 게 경제공약을 설계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150%는 가계부채 정책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장기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며 “금융위원장을 누가 맡더라도 이를 기준 삼아서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4%. 올해 가처분소득이 지난해 수준(4%)으로 늘어난다면 가계부채 증가액도 4%, 즉 54조원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1~4월 늘어난 금융권 가계대출만 22조5000억원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목표다.

총량관리제와 비슷한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도 있었다. 2014년 초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임기 말까지 5%포인트 낮춘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비율은 오히려 올랐다. 박근혜 정부처럼 목표치를 한참 벗어나도 문제지만 자칫 목표를 맞추기 위해 과도한 대출 조이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가계부채 중 상당수가 생계형 자금이나 전월세 자금 등 서민에게 꼭 필요한 대출”이라며 “총량관리를 강하게 하면 이들이 1, 2금융권에서 밀려나 대부업체나 사채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어 서민의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총량관리제라는 방향 못지않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도 중요하다. 임진 센터장은 “은행 지점에 ‘대출 증가율을 자율적으로 줄이라’고 하면 당연히 고소득 담보대출은 내주고 저소득자의 신용대출은 조일 것”이라며 “어느 소득계층과 어느 지역, 어느 금융권의 대출을 줄일지까지 세세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여신관리 지표로 활용하고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채권은 소각해 주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빚 갚을 능력을 제대로 따질 수 있는 지표인 DSR을 연내에 은행권에 도입한다는 계획은 이미 금융위가 추진 중이어서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최고금리 인하 등은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익명을 원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최고금리를 크게 낮춘다면 사금융 확대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액 연체채권의 원금을 100% 탕감해 주는 것 역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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