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대구동중학교 2학년 3반 교실. 칠판에 '선생님 사랑해요''선생님 반이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등의 글귀가 잔뜩 쓰여져 있었다. 분홍색 하트 모양의 풍선이 칠판 옆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대구시교육청 예산으로 카네이션과 밥값 학교에 지급 #'행복 밥상' 앞에 마주 앉은 스승과 제자 즐거운 한 끼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 뜻깊게 보낸 스승의날 모범 사례 #
칠판 앞에서 최수연(15·여) 학생이 담임인 서유미(37·여) 교사 앞에 섰다. 서 교사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를 전하며 최 양은 "사랑합니다.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의 박수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낮 12시 점심식사 시간. 대구동중 교사와 학생들이 돼지고기 요리 등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행복 밥상'을 교실에서 나눠먹었다. 학생과 교사들이 서로 배식을 하며 챙기며 사제 간의 정을 나눴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지만 대구에선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한 송이가 여전히 담임교사 가슴에 매달리고 고기반찬이 더해진 밥상이 차려졌다.
김영란 법에따르면 청탁성이 있는 카네이션 전달, 밥 접대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구에선 유치원을 포함해 초·중·고 822곳에서 김영란법 시행 전과 마찬가지로 스승의 날 행사를 당당히 치렀다.
위법 시비를 피하면서 묘미를 살린 비법은 '청탁성 없는' 정직한 선물 아이디어에 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스승의 날 불법 시비를 사전에 차단한 대구시교육청의 '사제 관계 회복용' 예산이 빛났다. 스승의 날 행사가 김영란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사제 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할 지혜로 시교육청이 처음부터 아예 예산을 배정한 결과다.
대구시교육청이 카네이션 등 관련 예산을 학교에 전달하고, 학교에선 이 예산을 활용해 카네이션과 점심 밥상을 학생들과 함께 마련해 스승의 날 행사를 치르는 방식이다.
대구시교육청의 예산은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12월 처음 만들어졌다. 시교육청은 스승의 날 유치원과 초·중·고에 소속된 대구지역 모든 교직원들에게 전달한 꽃 구매비(6800여만원)를 직접 예산으로 배정키로 했다.
스승의 날 각 학교별로 열리는 행사 비용(6억1000여만원)과 교사·학생이 함께하는 급식인 ‘행복밥상’ 지원비(7억3000여만원)도 예산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대구에서 청탁성 없이 15일 스승의 날 행사가 뜻깊에 치러질 수 있었던 배경은 투명하고 정직한 시교육청의 예산이다.김영란법 논란으로 사제 간에 교육 활동과 정이 위축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