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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홍진기 창조인상] 유전자 가위로 미래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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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과학기술부문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김진수 

유민(維民) 홍진기(1917~86)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 대표언론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유민(維民) 홍진기(1917~86)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 대표언론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았던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여덟 번째 영예를 안은 올해 수상자들은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이홍구 전 총리, 송자 전 교육부 장관,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맡았다. 이홍구 심사위원장은 “기성세대의 과거 업적을 포상하는 기존 상들과 차별화해 인류 문명의 변혁기에 젊은 세대의 미래 가능성을 격려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20년간 1~3세대 다 섭렵한 권위자 #세계 최초 인간 유전자 교정도 성공 #“세상 바꿀 기술, 국내 규제 너무 많아”

과학기술부문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김진수

과학기술부문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김진수

결함이 있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과학계에서 노벨상 0순위로 꼽힌다. 대표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가 유전자 가위를 2015년 12월 ‘2015년 획기적인 혁신기술’로 선정했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해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로 꼽았다.

이 같은 유전자 가위 분야에서 김진수(52)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겸 서울대 교수는 세계적인 권위자다. 유전자 가위 연구 초기인 1990년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을 하면서 칼 파보 교수 아래에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덕분에 드물게도 유전자 가위 1세대에서부터 2·3세대까지 섭렵했다.

2012년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Cas9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인간의 유전자를 교정했다. 2015년에는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을 측정하는 방법을 공개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유전자 가위’의 영어식 표현인 ‘programmable nuclease’라는 용어를 작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또 유전자 가위 관련 논문을 70편 이상 냈고 미국 등 세계 곳곳에 20개 이상의 특허출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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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란 물리적인 ‘가위’를 뜻하는 게 아니다. 생체의 특정 부위에 인공효소를 집어넣으면 그게 목표한 특정 유전자 부위를 없애거나 교체한다.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에이즈 같은 감염성 질환이나 유전자 질환,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 유전자 가위를 만드는 데 2~3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하루 만에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김 교수는 “크리스퍼라는 3세대 유전자 가위가 나오면서 이제는 누구나 쉽게 이 기술로 유전자 교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과학계에선 이를 두고 ‘크리스퍼 혁명이 일어났다’ 고 표현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치료에 특화된 생명공학 기업 툴젠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97년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민간연구소에서 1년 반가량 일하다 99년 유전자 가위 기술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1·2·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툴젠은 2014년에는 중소기업 전용 증시인 코넥스에 상장됐으며, 현재 시총이 2500억원에 이른다. 툴젠의 목표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다. 이를 위해 현재 동물실험 단계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툴젠에서 현재 직함은 비상임이사다. 2005년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임용됐고, 2014년부터는 IBS 유전체교정연구단까지 이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유전자 가위 기술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한 사례는 없다. 연구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는 엄격한 생명윤리법 때문에 임상시험과 치료에 많은 제약이 있다. 인간의 세포를 체외로 꺼내 치료할 수는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내 치료는 할 수 없다. 배아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황우석 사태’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생명공학의 새로운 도약”이라며 “이 기술로 인류의 질병 극복은 물론 수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수

1965년 경기도 수원생 ▶서울대 화학과 졸업-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생화학 박사-MIT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97년 삼성생명과학연구소 분자의학센터 연구원-99년 툴젠 대표이사 ▶2005년 서울대 화학부 교수 ▶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 한국유전자교정학회장.

글=최준호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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