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나라에 도움된다면 누구든 써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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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01면

[박민제 기자의 ‘민심 택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대선 때 자신을 담당했던 기자들과 북악산에 오르기에 앞서 청와대 경내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대선 때 자신을 담당했던 기자들과 북악산에 오르기에 앞서 청와대 경내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첫날인 10일. 본지 박민제 기자는 긴급 택시 운행에 나섰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두 달 만에 취임한 새로운 대통령에게 시민들이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듣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부터 총 7시간 동안 17명의 승객을 태웠고, 이 중 11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택시 뒷좌석 민심 속엔 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취임 첫날 11명 인터뷰 #“소신 밀고 나갈 자신감을” #“반대표도 많아, 협치 필요” #“일자리 만들고 경제 살려야” #“좁은 땅 덩어리 편가르기 말아야”

서원동→봉천동→사당동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잔뜩 낀 구름 틈 사이로 햇살이 살짝 보이는가 하면 어느 순간 사라졌고 약한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차고지를 나와 남부순환로에 접어든 오전 10시30분쯤 첫 손님인 직장인 김승화(25)씨가 탑승했다. 대통령 선거 얘기를 꺼내자 “지지 후보가 당선됐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요.
“(문 대통령은) 두루두루 잘해보자 이런 느낌이 강하잖아요. 하지만 강경하게 해야 할 때는 칼같이 대응하는 부분도 필요할 거 같아요. 특히 북한 관련 부분은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까 달라지셨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국민들 기대치가 너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거 같아요. 뭐만 해보려고 하면 지적하니까요. 일단 얼마간은 믿고 지켜봤으면 좋겠어요. 최소 1~2년은 기다려야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수퍼맨을 대통령으로 뽑은 게 아니잖아요.”

김씨가 내린 뒤 서울대입구 네거리를 지나는 가운데 노윤정(42)씨가 도로 한쪽에서 손을 드는 게 보였다. 앞으로는 아이를 안고 뒤쪽으로는 짐이 잔뜩 들어 있는 가방을 멘 모습이 힘겨워 보였다.

지지 후보가 당선됐나요.
“아니요. 전 다른 후보를 찍었어요. 하지만 오늘부턴 문 대통령 지지자입니다. 오늘 보니 대통령직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하신 거 같더라고요. 좋은 세상 만들어주길 응원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노씨는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을 위한 정책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제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직장생활을 계속 못하는 게 아쉬워요. 탄력근무제 같은 제도가 있지만 일반 기업에서 실제로 쓸 여건이 안 되죠.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단 기존에 있는 제도가 왜 제대로 활용이 안 되는지를 분석해 실효성 있게 개선해줬으면 해요.”

교대역→양재동→서초동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들도 대부분 노씨처럼 새로운 대통령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나라 안팎으로 혼란한 상황을 잘 수습하고 지난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교대역에서 승차한 홍형석(28)씨의 얘기다.

“제가 찍진 않았지만 이제부턴 전폭적으로 지지하려고요. 자신의 국정철학과 소신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전임 대통령처럼 누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 말고요. 다만 국민과의 소통엔 신경 쓰셔야겠죠.”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1시30분쯤 가정주부 손지열(49)씨가 택시에 올랐다. 보수정당 지지자인 손씨는 새 대통령에게 “진정한 협치를 원한다”고 했다.

왜 협치인가요.
“역대 최다 표차로 당선됐다고 하지만 사실 득표율 41%면 국민의 반 이상은 반대했다고 봐야 하거든요. 친문도 많지만 반문도 많다는 걸 알아야 돼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협치입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좌파·우파 계속 싸울 순 없잖아요. 협치의 기본은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 때처럼 다른 사람 적대시할 게 아니라 같이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죠.”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준표 후보가 24% 얻었다고 좋아해선 안 돼요. 홍 후보 찍은 사람 중에 좋아서 찍은 사람 얼마 안 될 겁니다. 찍고 싶진 않았지만 표가 한쪽에만 쏠리면 오만하게 될까봐 견제하고자 찍은 거예요. 지금부터라도 제발 젊은 보수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국민들은요.
“이제 일단락됐으니 미래를 보고 가야죠.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으면 끝난 거지 더 들추고 하면 그거 하다 세월 다 갑니다. 시급한 일이 얼마나 많나요. 정말 중요한 시기예요. 우리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죠. 젊은이들이 공무원, 대기업 직원이 아닌 창업가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죠.”

삼성동→강남역→서울대  

오후의 테헤란로에는 정체된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 5차선 차로에서 신호 대기로 정차 중이던 택시에 김광석(38)씨와 강용성(48)씨가 함께 승차했다.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한다. 김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자리 공약 관련해서는 공공일자리 늘리기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달라져야 할 거라고 봐요. 전 일자리의 주체가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다 보면 일의 영역이 겹쳐 비효율만 더 커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무원을 늘리기보단 민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게 정부가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일자리를 늘리는 핵심적인 산업이에요. 안철수 후보가 얘기한 관련 공약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역삼역에서 김씨가 하차한 뒤에는 강씨가 말을 이어갔다. “새 대통령께선 오랜 정치활동으로 도움받은 분이 많을 거예요. 그런 분들 챙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갈라져 있는 사람을 모아야 할 시기입니다.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사람이든지 쓸 수 있는 정부를 만들었으면 해요. 그렇게 하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외부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어땠을까. 미국으로 이민 가 30년간 살다 지난해부터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승아(54)씨가 낙성대에서 승차했다. 그는 한국학 연구자다.

“투표권은 없지만 이번 대선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어요. 일단 후보 5명이 주목 받은 게 신선했습니다. 예전처럼 지나치게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게 된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대통령은 어디에 신경 써야 할까요.
“학생들이 공부보다 취직에 매달리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또 갑질하지 않는 문화도 확산되면 좋겠어요.”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가까올 무렵 오전에 잔뜩 끼었던 구름은 사라지고 늦은 오후의 햇살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봉천동 중부시장 인근에서 마지막 손님 엄미자(56)씨가 택시에 올랐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5년 뒤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남아주시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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