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참사 1123일 만에 조은화양 추정 유해 발견…"엄마가 너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만화가 이동수씨가 그린 미수습자 조은화양.

만화가 이동수씨가 그린 미수습자 조은화양.

세월호에서 미수습자인 단원고등학교 조은화 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13일 발견되면서 미수습자 가족들의 사연에도 다시금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24일째 되는 날이다.

전교 1등 도맡아 하던 딸 그리던 어머니 #전국 돌며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 외쳐 #"'미수습자' 대신 '유가족' 만들어달라" 당부 실현돼

회계 담당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단원고 2학년 조은화 양은 전교 1등을 도맡아 할 정도의 우등생이었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엄마에게 뽀뽀를 하고 시시때때로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내는 살가운 딸이었다.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47)씨는 그런 딸을 1123일 동안 기다렸다. 2015년 2월에는 세월호 근처에서 작은 따개비 하나를 주워와 딸의 책상에 두었다. 아직 세월호 안에 있는 딸과 가장 가까이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에서였다.

2015년 SBS와 한 인터뷰에서는 “꿈에서 은화가 들어오더니 엄마 나 안 보고 싶었냐고. 그래서 제가 은화를 끌어안고 한참 울었습니다. 엄마가 너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고. 엄마가 너 정말 사랑한다고”라고 했다.

지난 4월 9일 목포신항에서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를 바라보는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지난 4월 9일 목포신항에서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를 바라보는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이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3년 간 간질환, 고혈압, 당뇨 등 없던 온갖 병을 앓았다. 하지만 ‘아프면 딸을 못찾는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이씨와 조은화 양의 아버지 조남성(53)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고 미수습자의 존재를 알려왔다.

이씨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 유세에서 손자를 안으며 환하게 웃던 문 당선인의 모습을 기억한다. 자식을 기다리는 미수습자 가족의 마음을 알 거다”며 “미수습자 수습에 최선을 다해 반드시 우리를 ‘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었다.

처참한 세월호 내부,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 모습 [사진 해수부 제공, 프리랜서 장정필]

처참한 세월호 내부,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 모습 [사진 해수부 제공, 프리랜서 장정필]

지금까지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조은화 양의 영정사진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세월호 속에 은화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 종이를 올려뒀었다. 하지만 조은화 양의 얼굴을 분향소에 올릴 수 있게 됐다.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시계가 다시 천천히 가고 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