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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국의 칼, 검찰·국정원 복귀한 ‘우병우 사단’ 전체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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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이 12일 국정 농단 사건과 세월호 사고 재조사와 관련해 “전임 팀과 검찰이 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 것”이라며 “초기에 제대로 조사했다면 다른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조 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이 12일 국정 농단 사건과 세월호 사고 재조사와 관련해 “전임 팀과 검찰이 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 것”이라며 “초기에 제대로 조사했다면 다른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조 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 농단, 특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밝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엔 구체적인 조사 범위에 대해 언급했다. <중앙일보 5월 12일자 1, 2면>

조 수석, 재조사 대상 언급 #“정윤회 문건 제대로 조사했다면 #국정 농단 사태 안 일어났을 텐데 #우병우가 검찰에 덮으라 했을 것… #문 대통령도 “촛불 원인 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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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 전 수석의 민정수석실에 100명쯤 있었고 지금은 대부분 복귀했다”며 “이 인력을 가지고 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와 ‘정윤회 문건’을 제대로 조사했다면 국정 농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팀이 왜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검찰은 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정수석실의 재조사 대상엔 우 전 수석과 함께 일했던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 전체가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 검찰과 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 등 권력기관 파견 공무원들로 ‘우병우 사단’이라고 불린다. 특히 검찰 내부의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조 수석은 통화 내내 정윤회 문건 사건과 우 전 수석을 연결 지었다. 그는 “정윤회 문건에 대해 (사건 초기) 검찰이 ‘문제가 없다’고 수사를 덮었다”며 “검찰이 초기에 제대로 조사했다면 다른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우 전 수석의 역할과 관련해선 “추측이지만 검찰에 정윤회 문건 관련 수사를 ‘덮으라’고 했을 것이고 수사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본다”며 “이 때문에 수사가 의도적으로 왜곡됐거나 누락됐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조 수석이 언급한 정윤회 문건엔 최순실씨가 비선 실세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4년 말 문건이 폭로됐지만 청와대는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했고, 수사의 초점도 문건 유출 쪽에 주로 맞춰졌다. 박 전 대통령부터가 “‘찌라시’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결국 문건 유출 혐의 등으로 박관천 전 경정과 조응천(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재판을 받았고,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은 사건 직후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조 수석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임 수석들과의 오찬에서 “촛불집회가 일어난 원인이 거기에 있다. 그 문제를 알아보라”며 정윤회 문건 의혹을 언급했다고 한다.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화를 키웠고, 결국 국정 농단 사태와 촛불시위로 이어졌다는 문제 의식인 셈이다.

한편 조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와 민정수석실의 재조사가 검찰에 대한 수사 지휘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여러 차례 선을 그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전날) 식사를 함께하면서도 ‘민정의 검찰에 대한 수사 지휘는 없다’는 말을 별도로 했다”며 “우 전 수석이 이끈 민정이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사건을) 덮은 배경을 조사하라는 건 (대통령의) 당연한 지시이고 조사 권한은 신임 민정수석인 내게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날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적폐 청산을 내세워 문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하려 한다면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을 빌미로 보수를 불태우고 궤멸시켜 20년 장기 집권의 길을 가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국민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수석의 말은 백번 천번 옳은 말이다. 정의로운 수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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