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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기술 도핑 논란, 세계육상 수장의 생각은?

중앙일보

입력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세바스찬 코 IAAF 회장. 김지한 기자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세바스찬 코 IAAF 회장. 김지한 기자

 금지약물에는 단호하게, 기술 진화는 유연하게.

방한한 코 IAAF 회장, '국가 도핑' 러시아엔 "만족스러울 때까지 제재" #'기술 도핑'에 대해선 "찬성 입장, 부상 줄어든다면 더욱 중요시돼야"

세계 육상계에 다양하게 얽혀있는 문제에 대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을 이끌고 있는 세바스찬 코(61·영국) 회장의 생각은 단호했다. 서울과 평창에서 열릴 세계체육기자연맹(AIPS) 총회 참석차 9일 방한한 코 회장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세계 육상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입장과 의견을 밝혔다.

육상계는 최근 1년새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분위기가 무겁다. 지난해 국가 차원의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등의 문제로 금지약물 이슈가 크게 부각됐다. 이 때문에 IAAF는 러시아에 무기한 국제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고, 관리, 규정 등을 대폭 강화했다. 최근엔 유럽육상연맹이 도핑 문제가 집중 부각되자 새로운 세계 기록을 제시하자는 제안을 내놓았고, IAAF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마라톤, 100m 등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경기용 첨단 장비가 떠오르고 있는 '기술 도핑(technology doping)’ 논란도 육상계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일엔 스포츠 브랜드사 나이키가 환경, 장비 등을 인위적으로 바꿔 마라톤 풀코스 2시간 벽을 깨는 프로젝트 경기를 진행했고,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2시간00분25초로 '비공인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림픽에선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종목이지만 종목 변화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코 회장은 금지약물 문제에 대해 "IAAF의 태도는 강경하다. 우리가 설정한 기준이 만족스럽게 이행되기 전까지 러시아 연맹은 계속 제재를 받을 것"이라면서 "깨끗한 선수들과 부정으로 오염된 시스템을 분리시키는 건 중요하다. 리우올림픽 전까지의 우리의 접근 방식이 그랬고, 이는 8월 열릴 런던 세계선수권에서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IAAF가 1-2년 전보다 더 강력한 조직이 됐다. 헌장이 개정됐고, 200여개의 변화를 만들었다"고 소개하면서 "선수윤리위원회를 만들었다. 도핑 방지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민감할 수 있는 귀화, 연령 조작 등도 다룬다. 윤리위원회뿐 아니라 자문부서를 통해서도 도핑 방지에 대한 자문을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금지약물 기준에 충족한 기록만을 세계기록으로 공인하자'는 유럽육상연맹의 제안에 코 회장은 "8월 연맹 총회 안건에 오를 문제다. 논의할 부분이 있지만,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크레이그 리디 세계반도핑기구 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반도핑 캠페인' 벽판에 메시지를 적고 있다. [IAAF]

크레이그 리디 세계반도핑기구 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반도핑 캠페인' 벽판에 메시지를 적고 있다. [IAAF]

다만 '기술 도핑'에 대해선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아직 연맹 차원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한 코 회장은 "기술 발전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선수들이 안전하게 운동하면서 부상이 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그런 게 더 중요시하게 여겨야 할 안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술들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고,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혼성 계주, 150m 달리기 등 새로운 종목의 탄생에 대해선 "혁신과 변화는 중요한 부분이다. 새로운 세대들이 육상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는 걸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8월부터 IAAF를 이끌고 있는 코 회장은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84년 로스엔젤레스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1500m 2연패를 달성했던 인물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도 맡았던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에 대해 "큰 스포츠 행사의 자산은 많은 사람들을 통합시키는 기능이 있다. 런던올림픽을 7년간 준비하던 도중에도 정부가 바뀌는 상황이 있었다. 당시에는 변화 속에서도 국민들이 정치권에 리더십을 요구했다. (국민 통합 등) 기대하는 면에 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침체에 빠진 한국 육상에 대해선 "성적과 인기를 끌어올리려면 어린 아이들이 스포츠에 참여할 기반이 필요하다. 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스포츠를 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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