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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8마일’ 에미넴도 사랑한 90년대 전설의 그 비트

중앙일보

입력

*스포일러 주의!

영화 '8마일'의 첫 장면. [사진 UPI 코리아]

영화 '8마일'의 첫 장면. [사진 UPI 코리아]


▶ 영화 ‘8마일’ 속 이 장면
#1 영화의 오프닝.  
디트로이트의 너저분한 화장실에 홀로 서 있는 지미(에미넴). 헤드폰으로 흐르는 비트에 심취한 지미가 거울 앞에서 잔뜩 폼을 잡아 본다.

#2 마지막 랩 배틀.
지미는 배틀 결승전에서 숙적 파파독(안소니 마키)을 향해 디스 랩을 쏟아 낸다.

[백기자의 결정적 OST] ④ Mobb Deep - ‘Shook Ones Pt. Ⅱ’

▶영화 속 이 노래

어느덧 힙합 매니어들의 모던 클래식이 된 영화 ‘8마일’(2002, 커티스 핸슨 감독)이 15년 만에 재개봉(5월 9일 개봉)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디트로이트 빈민가의 스트리트 래퍼 지미(a.k.a ‘비 래빗’)의 인생 고난과 뮤지션으로서의 열정을 맹렬한 힙합 비트 안에 풀어낸 영화였죠.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에미넴(Eminem)이 연기하고, 랩하고, 자신의 곡까지 삽입하며 ‘북 치고 장구 친’ 그 영화입니다.

영화 '8 마일' [사진 UPI 코리아]

영화 '8 마일' [사진 UPI 코리아]

‘8마일’의 영화음악은 두말할 것도 없이 힙합인데요. 영화 엔딩에 쓰인 에미넴의 ‘Lose Yourself’는 워낙 유명했죠. 미국 빌보드 12주 연속 1위는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과 그래미 시상식 2관왕까지 휩쓸 정도였으니까요.

한데 영화 ‘8마일’에는 에미넴의 노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탱 클랜(Wu-Tang Clan),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아웃캐스트(Outkast), 싸이프러스 힐(Cypress Hill) 등 1990년대 미국 힙합신을 주름 잡은 뮤지션들의 곡이 영화 내내 흐릅니다.

그중엔 ‘8마일’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라 할 수 있는 맙딥(Mobb Deep)‘Shook Ones Pt.2’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첫 장면과 후반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죠.

‘8마일’은 화장실에서 음악을 듣는 지미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시궁창 같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지미는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크게 음악을 들으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데요. 이 때 그가 듣던 노래가 바로 맙딥의  ‘Shook Ones Pt.2’입니다. 지미는 이 곡의 비트에 맞춰 랩을 하는 시늉을 하죠.  

‘Shook Ones Pt.2’는 영화 말미 랩 배틀 결승전에서 지미가 상대를 향해 프리스타일 랩을 쏟아낼 때 깔리던 음악이기도 합니다. 인생 나락에서 자신을 위로해주었던 비트에 맞춰, 지미는 결정적인 반전을 이뤄냅니다.

맙딥의 1995년 앨범 'The Infamous' 커버

맙딥의 1995년 앨범 'The Infamous' 커버

이곡의 주인공 맙딥은 92년 데뷔한 뉴욕 출신의 힙합 듀오로, 현재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들의 전성기는 누가 뭐래도 90년대였습니다. 미국의 힙합신이 동서로 양분돼 있던 그 시절 맙딥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우탱 클랜 등과 함께 동부 힙합을 대표하는 팀이었습니다. 95년 발매된 그들의 두 번째 앨범 ‘더 인퍼머스(The Infamous)’는 우탱 클랜의 ‘엔터 더 우탱(Enter the Wu-Tang(36 Chambers))’, 나스의 ‘일매틱(Illmatic)’,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레디 투 다이(Ready to Die)’등과 함께 90년대 최고의 힙합 명반으로 꼽힙니다.

‘Shook Ones Pt.2’는 그 ‘The Infamous’ 앨범의 대표곡이었습니다. 묵직한 드럼 비트와  은은한 선율이 어우러진 중독성 강한 노래입니다. 랩퍼를 꿈꾼 힙합키드라면 누구나 이 비트 위에 랩을 해봤다죠.(‘8마일’ 첫 장면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맙딥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빅히트 송은 없지만, 그들의 음악은 다른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남겼습니다.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역시 그 중 한 명인데요. 98년에 맙딥의 비트를 샘플링한 ‘The Roof'라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Shook Ones Pt.2’와 비교해 듣는 것도 재밌습니다.

‘8마일’의 마지막 배틀 장면에서 지미가 랩을 선보일 때, 무대 아래의 관중들이 랩을 따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즉석에서 지어 내뱉는 프리스타일 랩을 어떻게 관중들이 따라 부를 수 있었을까요. 이는 지미가 맙딥의 ‘Shook Ones Pt.2’의 유명한 후렴 가사를 프리스타일 랩 도중에 인용했기 때문이죠. 아래의 가사입니다.(유튜브 영상 2분 13초 참고)

“He shook / 'cause ain't no such things as halfway crooks / scared to death, scared to look”

의역하자면 “쟤 쫄았어, 반쪽짜리 갱스터란 없거든. 죽음을 두려워하고, 보는 걸 두려워해”. 펀치라인은 이런 가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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