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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대선 최대 승부처, 전국 최대 유권자 절반 2100만명 몰린 수도권 표심은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발곡중학교에 마련된 신곡1동 제8투표소로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전익진 기자

9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발곡중학교에 마련된 신곡1동 제8투표소로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전익진 기자

9일 오전 9시5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1동 발곡중학교에 마련된 제8투표소.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쓴 유권자들이 꼬리를 물고 투표소로 향했다. 일부는 승용차를 타고 오고, 황사용 마스크를 쓴 시민들도 많았다. 혼자 오는 경우는 드물고, 가족 단위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 아내와 같이 투표를 마쳤다는 김모(47)씨는 “마땅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투표를 포기할까도 생각하다 어렵게 후보를 결정하고 투표했다”며 “그래도 투표를 하고 나니 시민의 역할을 했다는 만족감이 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와 투표했다는 양모(27·여)씨는 “가족들과 누굴 찍을지 상의하지 않았다”며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며 신중히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9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동탄1동 학동초등학교에 마련된 제8투표소.김민욱 기자

9일 오전경기도 화성시동탄1동 학동초등학교에 마련된 제8투표소.김민욱 기자

전국 최대 유권자가 몰린 수도권 지역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수도권 지역은 전국 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각 후보 진영은 수도권을 승부처로 보고 뛰었다. 유세를 집중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수도권 맞춤식 공약도 쏟아내며 유권자들에게 손짓했다. 특히 유세 마지막 날에는 주요 후보 대부분이 수도권 지역에서 유세를 마무리하며 수도권 지역 공략에 집중했다.

수도권 유권자 수 2100만명으로 전체의 49.6% 차지 #막판까지 고심하는 부동층 많고 지역색 옅은 특징도 #몰표 현상 드물고 공약 많이 보는 편, 역동적 표심도 #

손광운(고양시) 변호사는 “수도권은 표는 많지만 막판까지 고심하는 부동층이 많은 지역”이라며 “특히 수도권은 지역색이 옅고, 특정 정당에 대한 몰표 현상이 없이 공약을 많이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은 정치 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표심이 움직이는 특징도 지녀 각 후보는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해 막판까지 가장 노심초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장덕현 부장은 "수도권은 여러 지역의 다양한 계층이 몰려 특정 후보에 표심이 쏠리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며 "서울·경기·인천이라는 좁은 지역에 후보 선택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데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몰리다보니 후보자 입장에서는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신장동 수청초등학교에 마련된 제11투표소.김민욱 기자

9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신장동 수청초등학교에마련된 제11투표소.김민욱 기자

9일 오전 9시30분쯤 경기도 오산시 신장동 제11투표소가 마련된 수청초등학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50여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은 가득 찼다. 오전 9시 기준 오산시의 투표율은 경기도 전체 평균(9.6%)에 못미치는 8.8%로 집계됐지만, 날이 점차 개이면서 유권자의 방문이 계속 늘어났다.

선거인명부와 주민등록증 대조를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마친 유권자들은 차례차례 선거관리원으로부터 투표용지를 받아 들고 기표소로 들어섰다.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은 유권자들은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투표장을 빠져나왔다. 유권자 이모(38ㆍ여)씨는 “진보진영 후보 중 고심 끝에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후보를 선택했다”며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꼭 당선이 돼 점점 팍팍해지는 사회 현실을 바꿔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오산 토박이라는 김모(69)씨는 “자식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웃 지자체인 화성 동탄신도시 표심도 뜨거웠다. 이 지역은 지난 2월 52명의 사상자를 낸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가 발생한 곳인 점이 반영된 듯 안전 공약과 인물론 등에 후보선택 기준이 맞춰진 분위기다. 동탄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10투표소 인근에서 만난 주민 박모(40·여)씨는 “TV토론을 통해 식견을 갖추고 경제전문가이면서도 나라를 안전하면서도 통합적으로 이끌 수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 후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선체수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세월호 생존학생들도 투표에 참여했다. 성인이 돼 투표권을 갖게 된 생존학생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투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도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대 대선의 총 유권자수는 4243만2413명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 유권자 비중은 49.6%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유권자가 가장 많다. 1025만5494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4.2%를 차지했다. 서울시가 836만765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인천(240만7672명)을 포함한 수도권 유권자수는 2100만명을 넘는다.

전국 최대의 표밭인 수도권 지역의 이날 오후 3시 현재 투표율은 경기가 63.3%로 전국 평균(63.7%)과 비슷했다. 인천은 61.5%, 서울은 64.3%의 투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앞서 지난 4~5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경기도는
24.92%의 투표율을 보였다. 서울은 26.1%, 인천은 24.4%의 사전투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전국에서는 총 유권자 수 중 26.1%에 해당하는 1107만2310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의정부·오산=전익진·김민욱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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