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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헬기 고압선 걸려 비상착륙 … 아내·딸 둔 47세 정비사 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8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고사리 계곡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산림청 소속 헬기 1대가 고압선에 걸려 불시착했다. 헬기에는 조종사 등 3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부상당한 정비사 1명이 사망했다. [뉴시스]

8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고사리 계곡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산림청 소속 헬기 1대가 고압선에 걸려 불시착했다. 헬기에는 조종사 등 3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부상당한 정비사 1명이 사망했다. [뉴시스]

8일 오전 11시46분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고사리 도계농공단지 인근 하천 변에 산불 진화 중이던 산림청 소속 헬기 1대가 비상 착륙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정비사 조병준(47)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동료들 “산림청 20년 경력 베테랑 #후배들 잘 챙기던 고참이었는데 … ”

당시 사고 헬기에는 조씨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조종사 문모(50)씨와 박모(48)씨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헬기는 기체 일부가 파손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헬기가 고압선에 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조씨가 사고 당시 튕겨 나간 것인지 뛰어내린 것인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조씨 동료들은 사고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조씨는 2011년부터 익산 항공관리소에서 근무해 왔다. 이 항공관리소 관계자는 “조씨는 20년간 산림청 헬기를 책임져 온 베테랑 정비사였다”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라 임무를 완벽하게 처리해 그동안 작은 사고 한번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일을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비부서 고참이라 후배들을 잘 챙겼다. 직원들과도 가족끼리 왕래할 정도로 잘 지냈다”고 전했다.

1997년 산림청에 들어간 조씨는 헬기 정비는 물론 산불 진화 및 산림 병해충 방제 등에서도 많은 공을 세웠다. 사고 당시에도 삼척시 도계읍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돼 화마에 휩싸인 현장을 누볐다. 지난 6일부터 진화작업에 투입된 조씨는 조종사, 부조종사와 함께 일출과 동시에 진화작업을 시작해 일몰 때까지 바쁘게 움직였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조씨는 부인과 딸 1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사고대책본부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척=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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