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솔직히 좋지?” 부모님께 돈다발ㆍ돈 케이크 선물하는 2030

중앙일보

입력 2017.05.08 12:11

업데이트 2017.05.08 16:52

올해 초 결혼한 공기업 직원 류모(29)씨는 결혼 후 첫 어버이날 선물로 돈이 담긴 카네이션 박스, 이른바 '현금 박스'를 준비했다. A4 용지 크기의 상자 한 켠에 카네이션을 담고, 그 옆에 작은 현금 상자를 함께 넣었다. 류씨는 “결혼 전에는 선물을 챙겨드렸는데, 결혼해서 챙길 분이 4명이 되니까 취향도 다 다르고 비용도 부담이 커졌다. 차라리 현금이 낫겠다 싶어 양가 10만원씩 드렸는데 그래도 식사비까지 4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했다.

8일 SNS에는 어버이날 선물로 준비한 카네이션 돈다발 사진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램 캡쳐]

8일 SNS에는 어버이날 선물로 준비한 카네이션 돈다발 사진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램 캡쳐]
8일 SNS에는 어버이날 선물로 준비한 카네이션 돈다발 사진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램 캡쳐]

 어버이날인 8일 SNS에는 ‘#돈다발’이 쏟아졌다. 꽃송이를 습자지 대신 현금으로 감싸 꾸민 카네이션 꽃다발 사진과 해시태그가 급증했다. 마땅한 선물을 고르지 못하거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비싼 선물을 못 사는 20~30대 사이에서 '돈다발'이 부모님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짜리 지폐를 쓰느냐에 따라 비용을 조절할 수 있고, 손재주가 좋으면 집에서 직접 만들거나 꽃집에서 준비한 일회성 강좌에 참여해 '성의 없이 돈으로 때운다'는 죄책감도 덜 수 있다.

한쪽에는 꽃을, 한쪽에는 현금을 가지런히 담은 '어버이날 돈박스' [인스타그램 캡쳐]

한쪽에는 꽃을, 한쪽에는 현금을 가지런히 담은 '어버이날 돈박스' [인스타그램 캡쳐]

인스타그램에 돈다발 '인증샷'을 올린 네티즌들은 "엄마아빠 잇몸 만개" "손수 만든 돈 꽃바구니. 허접하지만 엄마아빠 입꼬리가 귀에 걸렸으니 대성공!!" "이때까지 드렸던 선물중에 제일 좋아하셨다. 돈 때문일까 꽃 때문일까" 등의 후기를 남겼다.

'돈다발'이 유명해지자 '돈 박스', '돈 케이크'까지 등장했다. '돈 박스'를 열면 한쪽엔 꽃이나 카네이션 모양 비누가, 다른 쪽에는 입체감 있게 꽂은 현금이 가지런히 담겨있다. '돈 케이크'는 떡 케이크 위에 앙금으로 카네이션 꽃을 만들어 올리고, 가장자리에 돌돌 만 지폐을 둘러 장식한다. 돈 케이크 장식에는 지폐가 여러장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1만원권이 사용된다.

떡으로 만든 케이크 가장자리에 현금을 두른 '돈 케이크'까지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캡쳐]

떡으로 만든 케이크 가장자리에 현금을 두른 '돈 케이크'까지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캡쳐]

어버이날이나 명절에 부모님께 선물 대신 현금을 드리는 것은 최근들어 보편화됐다. IT 기업에 다니는 신모(28)씨는 얼마 전 참가한 행사에서 받은 상금  50만원을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께 드렸다. 신씨는 “뭐 갖고 싶은지 여쭤보면 필요한게 없다고 하시거나, 저렴한 것만 말씀하신다"며 "취향에도 안 맞는걸 임의로 고르는 것보다, 홈쇼핑이나 길거리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이라도 사입으시라고 돈으로 드렸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상품권을 찾는 사람도 매년 늘고 있다. 기프티콘을 판매하는 SK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1일에서 7일 사이 모바일 상품권(백화점·마트 상품권, 문화상품권 등)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증가했다.

선물과 함께 부모님께 보내는 카드나 문자 메시지도 '간편한 해법' 인기를 모았다. 축하 문구를 '복붙(복사하기+붙여넣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8일 오전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서는 '어버이날' '어버이날 문자' '카네이션' '어버이날 문구' 등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박모(29)씨는 "평소 부모님과 감정을 털어놓을 기회가 없어서 카드에 무슨 말을 써야할지 고민이었다"면서도 "하지만 검색해서 나오는 말들은 우리 가족 이야기가 아니고 상투적인 말 뿐이라 와닿지가 않더라"고 씁쓸해했다.

이현·김나한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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