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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싹쓸이 구글·페북·아마존, 견제할 수단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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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14년 페이스북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220억 달러(약 25조원)에 인수했다. 계약 1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루머로 떠돌던 인수 가격 10억 달러의 무려 22배다. 2012년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인수가 10억 달러)을 훨씬 웃돈다. 인수가가 화젯거리였던 이유다. 물론 왓츠앱은 4억여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히트작이다. 하지만 매출이 미미하고 임직원은 5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잠재적 경쟁자의 싹을 잘라 시장 지배자의 위치를 다지기 위해 파격적인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진입 장벽 #축적된 데이터로 지속적 성장하고 #위협 될 만한 업체는 아예 사들여 #낡은 경쟁 관련법 개선 목소리 커져

#구글이 조만간 웹 브라우저 크롬에 광고 차단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보도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불법·저질, 팝업, 페이지 전체를 덮는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기능이다. 문제는 구글이 광고 서비스업체이고, 크롬이 웹 브라우저 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의 광고를 차단해 자유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료: e마케터·넷마켓쉐어·뉴욕타임스

자료: e마케터·넷마켓쉐어·뉴욕타임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기업은 사실상 특정 분야에서 독과점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업체의 시장 진입과 자유 경쟁이 어려워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검색 광고의 76%, 디지털 광고 시장의 52%를 차지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포함)은 소셜미디어 모바일 트래픽의 77%를 점유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내 온라인 유통 매출의 43%를 가져갔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광고 수익을 휩쓸어가면서 ‘공룡 포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지금의 독과점 정책이 IT 기업을 규제하기에 역부족이어서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20세기 초 거대 석유회사에 적용됐던 경쟁 정책은 너무 구식이어서 ‘데이터’라는 자산으로 움직이는 21세기 기술 기업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자료: e마케터·넷마켓쉐어·뉴욕타임스

자료: e마케터·넷마켓쉐어·뉴욕타임스

구글·페이스북·아마존은 사용자의 검색·공유·구매 기록 같은 디지털 흔적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가 경쟁의 양상을 바꿔 놓고 있다. 기술 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더 많은 데이터를 얻는다. 빅데이터로 경쟁자보다 먼저 동향을 파악하고 장래 위협이 될만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해 경쟁의 불씨를 없앨 수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왓츠앱을, 구글이 디지털 광고업체 애드몹·더블클릭을, 아마존이 1위 온라인 신발 쇼핑업체 재포스를 인수한 것은 이런 ‘저격형 M&A’라고 볼 수 있다.

M&A가 독점 강화의 한 요인이지만 기존 반독점 규제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 페이스북과 왓츠앱은 둘 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강자지만 시장에 여러 기업이 존재하고, 왓츠앱은 페이스북만큼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은 합병을 막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기업의 독과점 심사 기준을 바꾸도록 제안했다. 기업 규모와 시장점유율 대신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자산을 따지고. 매출액 등에 비해 인수 가격이 과도하지 않은지 보자는 것이다. 또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내용과 데이터로 창출하는 수익을 공개하도록 하면 기업의 주도권이 약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료: e마케터·넷마켓쉐어·뉴욕타임스

자료: e마케터·넷마켓쉐어·뉴욕타임스

독과점 기술 기업을 공공서비스로 간주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너선 태플린 미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미국 정부가 AT&T의 독점권을 용인하는 대신 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수익의 일정 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도록 했다.

또 특허를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모든 미국 기업에 제공하도록 했다. 구글에 대해서도 명목상 수수료만 받고 검색 알고리즘 등 혁신 기술을 다른 기업에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들 기업을 독과점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무한 경쟁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검색광고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지만, 온라인 광고에서는 페이스북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애플의 iOS 운영체제에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맞대응 중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컴퓨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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