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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하는 여기자] 발레리노는 억울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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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의 발레하는 여기자] 3회: 발레리노는 억울하다  

남자로 태어난다면 발레리노가 되고 싶다.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발레리No’가 떠오르셨다면? 아직 발레의 세계를 몰라도 한참 모르시는 거다.

발레는 원래 남자의 춤이다. 그리고 그 원조는? 어마무시하게도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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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야 이 코너를 지속가능하게 끌어갈 수 있으므로, 매력덩어리 발레리노 사진들 몇 장 투척한다.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의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Roberto Bolle, Teatro alla Scala - Milan]Roberto Bolle, Teatro alla Scala [ 사진제공 = 라스칼라 발레단]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의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Roberto Bolle, Teatro alla Scala - Milan]Roberto Bolle, Teatro alla Scala [ 사진제공 = 라스칼라 발레단]

1번은 로베르토 볼레(Roberto Bolle). 기자가 인터뷰했던(맞다. 사심인터뷰다) 인물 중 Top10 안에 든다. 그 인터뷰의 1시간은 그야말로 1초 같았다.

첫 내한하는 세계 최고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첫 내한하는 세계 최고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2번은 최근 조용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다큐멘터리 ‘댄서’의 실제 인물이자 주인공인 세르게이 폴루닌. 발레계의 배드 보이(bad boy) 또는 발레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린다. 반항적인 기질 때문이다. 실력은 기본.

댄서 / 사진=영화사 제공

댄서 / 사진=영화사 제공

댄서 / 사진=영화사 제공

댄서 / 사진=영화사 제공

3번은 국립발레단의 이재우 수석무용수. 지난 2일 오전, 이 코너를 위해 연습시간까지 쪼개가며 인터뷰에 응해주신 복받으실 분이다. 응원 영상은 아래에 있다.

이재우 수석은 현재 국립발레단의 든든한 기둥이다. 키가 무려 195cm. 존재감이, 요즘 애들말로, ‘쩐다.’ 중앙일보의 내로라하는 발레 애호가인 구희령 기자에 따르면 이재우 수석의 ‘백조의 호수’ 중 로트바르트 역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기자도 더 이상 동의할 수 없을 정도로 동의한다. 물론, 다른 모든 역할에서도 이재우 수석은 특유의 성실함과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재우, 국립발레단 단원.

이재우, 국립발레단 단원.

이재우 수석에게 연휴는 없다. 국립발레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창작발레 ‘수월경화’가 5~7일, 예술의전당에서 올라가기 때문. 허난설헌의 시를 모티브로 강효형 솔리스트가 직접 안무를 맡은 작품이다. 이 멋진 작품에 등장하는 이재우 수석의 사진. 발레리나님, 격하게 부럽다.

국립발레단 '수월경화'

국립발레단 '수월경화'

다음은 이재우 수석과의 Q&A.

발레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냥 했어요. 좋아했고요.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계속 하게 된 것 같아요.   

개콘 ‘발레리No’ 등 코너 보면 발레리노에 대한 오해나 편견도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음. 주위 동료들은 좀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고 웃긴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신경 안써요. 그렇게 해서라도 발레가 알려진다면, 좋아요.  

실제로 발레리노들은 의상을 어떻게 입나요?  

속옷이라고 흔히들 하죠, 서포트를 해주고요. 몸의 라인을 하나로 받쳐줄 수 있는 옷을 입고 그 다음에 타이즈를 입고 신발을 신어요. 여성은 토슈즈를 신지만 발레리노는 천으로 된 신발을 신고 극에 따라서는 맨발로도 합니다.  

'수월경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단원 강효형씨가 직접 안무한 작품인만큼 단원들이 서로 으쌰으쌰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의상도 동작도 단원들이 같이 의견을 내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함께 올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애정을 갖고 하고 있습니다. 발레뿐 아니라 무엇이든, 서로를 지탱해주면서 시너지 효과 나는 게 크잖아요. 발레도 마찬가지에요. 누가 주가 되는 게 아니라 양쪽이 함께 잘 되는 게, 서로를 지탱해주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거죠.  

한국의 전통을 살린 작품이라 세계적으로도 기대가 되는데요.  

안무가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어느 나라도 할 수 없고 우리나라만 꼭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요. 저도 그렇게 느끼고요. 한국인만의 정서가 나오는 작품입니다.  

기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5일 오후6시 현재는 아직 ‘수월경화’를 보지 못한 상태다. 6일 오후3시 공연을 예매했기 때문. 그러나 이재우 수석의 눈빛과, 연습실로 향하는 동료들의 눈빛을 보면서 확신했다. 대박일 거라고.

여기서 잠깐. 루이14세가 왜 발레를 시작했는지 짚어보자. 발레의 기원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 그러나 발레를 하나의 장르로 본격 시작한 인물이 루이14세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심지어 루이14세의 발레를 모티브로 한 영화까지 나왔다. 영화 제목은 간단명료. ‘왕의 춤’(Le Roi Danse).

영화 '왕의 춤'

영화 '왕의 춤'

루이14세에게 발레는 정치의 도구였다. 발레의 당당한 움직임과 품격있는 춤사위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귀족과 신하들에게 세우려 한 것이다. 매우 영리하고도 ‘태양왕’다운 아름다운 전략이다.

루이14세의 발레, 맛보기 영상 보고 가시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SYHPNgSUIoE

※중앙일보 홈페이지(www.joongang.co.kr)가 아니면 동영상이 안 보이는 대참사 발생 가능. 중앙일보 홈페이지로 들어오셔서 보시는 걸 추천한다.

다음은 같은 영화의 다른 영상이다. 루이14세가 여러 테크닉까지 구사하는 걸 볼 수 있다. 한 다리를 뒤로 뻗은 뒤 ㄱ자로 구부리는 자세인 아티튀드 등이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aGrZGFYZG18

위에 언급한 발레리노들 외에도 한국엔 뛰어난 발레리노들이 많다. 한국 발레리노의 선구자격인 임성남(1929~2002) 전 국립발레단장은 제대로 된 의상을 구할 수 없어서 주한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타이즈 등을 활용해 직접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고 한다.

임성남 단장의 고군분투 이후로 한국엔 멋진 발레리노들이 많이 성장해왔다. 이들을 심지어 ‘발레돌’(발레+아이돌)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들을 보러 일본에서 오는 열혈 팬층도 두텁다. 이들의 이야기는 차차 이 코너에서 풀어갈 예정이다. 남성분들도 걱정 마시라. 발레리나 얘기들도 함께 할 작정이니. 그럼, 다음주 금요일에도 다시 찾아와주시길. 제발.
전수진 기자 ballerina1writer@gmail.com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Special thanks to 국립발레단
이재우 수석무용수 영상 촬영 최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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