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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24시] 유승민의 손편지 가방·심상정의 ‘요망진’ 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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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등 대학가 유권자들 “힘내세요” 격려 …
“저로 바꿨다는 분들 많아” 

4일 아침 자택에서 유세지로 출발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정종훈 기자]

4일 아침 자택에서 유세지로 출발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정종훈 기자]

“아빠, 나중에 봐요.”

4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 문을 열고 나오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등 뒤로 딸 유담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선 종반, 유 후보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4시간 정도 잤다. 유세 마치고 당사에서 회의하고 늦게 들어와서 아침도 못 했다.”

유승민 후보가 보여준 지지자들의 손편지. 작은 보조가방에 가득 차 있다. [정종훈 기자]

유승민 후보가 보여준 지지자들의 손편지. 작은 보조가방에 가득 차 있다. [정종훈 기자]

그는 서류 가방과 함께 작은 보조가방을 들고 있었다. “어제 유세장에서 받은 지지자들 편지다. 아직 다 못 읽어가지고….” 가방은 형형색색의 손편지로 빼곡했다.

4일 이대 정문 앞에서 인사를 건네는 유승민 후보. [정종훈 기자]

4일 이대 정문 앞에서 인사를 건네는 유승민 후보. [정종훈 기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유승민입니다.”

오전 9시 유 후보가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인사를 반복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셀카’를 찍자는 요청이 늘었다. “힘내세요” “꼭 완주하세요” “파이팅”이란 말을 건네기도 했다. 택시를 타고 가던 이가 창문을 내리고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외쳤다. 유 후보는 양복 상의를 벗고 푸른 셔츠 차림이 됐다.

4일 신촌 거리에서 남성 지지자와 포옹하는 유승민 후보. [정종훈 기자]

4일 신촌 거리에서 남성 지지자와 포옹하는 유승민 후보. [정종훈 기자]

1시간 뒤엔 신촌 거리였다. 주로 20~30대 남성이 몰렸다. 유 후보 양쪽으로 수십m의 줄이 생겼다. 사진을 찍는 사람 10명 중 7~8명은 남성이었다. “사전투표 하고 왔다” “아빠에게 유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고 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씨가 4일 건국대 앞 유세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정종훈 기자]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씨가 4일 건국대 앞 유세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정종훈 기자]

낮 12시20분엔 건국대 앞 사거리로 옮겼다. 아들 유훈동씨 부부와 유담씨가 합류했다. 유 후보 못지않게 유담씨 주변에도 남성들이 몰려들었다. 유세차에선 “차량 오른쪽에는 유담양, 차량 정면에는 기호 4번 유승민 후보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유담씨에게 말을 걸자 “아빠가 인터뷰하는 걸 안 좋아하셔서…”라며 “힘들지만 열심히 해야죠”라고 했다.

유승민 후보 차량 안에 비치된 보온병과 껌, 목이 아플 때 먹는 알약. 노란 비닐 봉지 안에는 끼니를 때울 삼각김밥이 들어있다. [정종훈 기자]

유승민 후보 차량 안에 비치된 보온병과 껌, 목이 아플 때 먹는 알약. 노란 비닐 봉지 안에는 끼니를 때울 삼각김밥이 들어있다. [정종훈 기자]

지지 인파가 몰리면서 일정이 지체됐다. 한양대로 이동하는 길에 유 후보의 차량에 동승했다. 보온병과 껌, 목 보호용 알약이 눈에 띄었다. 삼각김밥 여러 개가 담긴 비닐봉투도 있었다. 유 후보 대변인 단장인 지상욱 의원은 “시간이 모자라 밥도 차에서 김밥으로 때운다”고 말했다.

지지자가 건넨 손편지를 읽는 유승민 후보. 편지 봉투에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적혀 있다. [정종훈 기자]

지지자가 건넨 손편지를 읽는 유승민 후보. 편지 봉투에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적혀 있다. [정종훈 기자]

유 후보는 “오늘도 받았어요”라며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적힌 손편지였다. 건대생이 건넸다고 한다. 유 후보가 환하게 웃었다.

주로 대학가를 찾는데.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잡는다. 오래 머물고 사진도 찍고 대화도 하고. 유권자와 직접 만나는 게 더 좋다.”
요즘은 덜 외로운가.
“여론조사엔 숨은 보수표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고 본다. 최근에 저로 바꿨다는 사람들 많이 만난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 이후 여론이 달라진 듯한데.
“당원 가입도 늘고 후원금도 많이 들어온다. 국민들이 재발견이랄까, ‘이번에 다시 봤다’며 지지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이번 일로 ‘국민장인’에 ‘국민가장’이란 별명도 추가됐던데 맘에 드나.
“시민들이 붙여 주는 건데 마음에 안 들고 그런 게 있겠느냐.(웃음)”
지지자와 함께 손가락으로 '4번'을 만들어보고 있는 유승민 후보. [정종훈 기자]

지지자와 함께 손가락으로 '4번'을 만들어보고 있는 유승민 후보. [정종훈 기자]

유 후보는 이날 홍대와 성신여대, 대학로를 돌며 젊은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그는 도중 자신의 약지를 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오늘 네 번째 손가락에 도장을 찍고 온 분들이 많았다. 사전투표 하고 지나가다 (저에게) 와서 4번(유승민)에 투표한 걸 인증한 거다. 바닥 민심은 분명히 바뀌는 것 같은데, 5월 9일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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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지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올라 탄 심상정 후보. [채윤경 기자]

유세지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올라 탄 심상정 후보. [채윤경 기자]

4일 오전 5시30분.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경기도 고양시 화정에 있는 아파트를 나섰다. 민낯에 부스스한 얼굴, 그의 손엔 감색 재킷과 가방 그리고 남편 이승배씨가 타 준 도라지 생강차가 들려 있었다.

6시. 국회에 도착한 심 후보는 의원회관 체력단련실에서 씻고 화장을 했다. 화장은 늘 손수 한다. 동료 의원들과 미용사들을 ‘화장 선생님’으로 모시며 화장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화장품이 복잡해 잘 몰랐는데 미용사들에게 물어보면 ‘어떤 의원은 이 아이섀도를 쓰고, 다른 의원은 이 아이라인을 써요’라고 귀띔해 줘 아는 게 늘었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가 제주발 김해행 비행기에서 유권자들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심상정 후보가 제주발 김해행 비행기에서 유권자들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그는 8시30분에 열린 ‘황교안 체제 안보 농단과 한·미 동맹 긴급 좌담회’(정의당 주최)에 참석한 후 제주 유세를 위해 김포공항으로 갔다. 그가 비행기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심상정이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머! 방금 (사전투표에서) 심상정 찍고 왔는데…” “정말 예뻐요”란 반응도 있었다. 심 후보는 일반석 두 번째 줄에 앉아 주변 승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자체 제작 동영상 등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다.
“아, 그 똥배 나온 영상! 정의당을 만들고 대선을 준비하며 제일 먼저 교체한 게 홍보팀이다. 20대로 싹 다 교체했다. 그리고 임무를 주며 ‘여러분 마음대로 하세요. 일절 토 달지 않고 명령에 복종할 테니’라고 했다. 그 결과다.”
연기력도 수준급이던데.
“제가 좀 망가지더라도 20대 친구들이 재미있어 하도록 했다. 공부 많이 했다.”
심상정 후보가 4일 제주대 앞 유세현장에서 만난 아이를 안고 있다. [채윤경 기자]

심상정 후보가 4일 제주대 앞 유세현장에서 만난 아이를 안고 있다. [채윤경 기자]

12시. 제주대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45분간 원고 없이 연설을 했다.

“민주당의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이 심상정 후보는 ‘다음에 찍어주라’고 했다. 대형마트 주인이, 그 옆 작은 가게로 사람이 몰린다고 가게 문 앞에서 방해하면 그게 바로 갑질 아니냐.” 홍준표 후보를 향해선 “말로는 제가 홍준표를 잡을 테니 여러분들은 표로 잡아달라”고 했고,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개혁의 방향을 잃었다. 어떤 경우에도 촛불을 외면한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고 외쳤다.

제주동문시장 상인과 악수하는 심상정 후보. [사진 정의당 제공]

제주동문시장 상인과 악수하는 심상정 후보. [사진 정의당 제공]

오후 1시20분 제주동문시장에 들어서자 상인들이 그를 에워쌌다. “요망지다 요망져(야무지다의 제주 사투리)” “토론에서 말을 너무 잘해”라며 앞다퉈 손을 내밀었다.

제주동문시장에서 만난 시민과 사진찍는 심상정 후보. [사진 정의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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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문시장에서 상인들과 지지자와 악수하는 심상정 후보. [사진 정의당 제공]

제주동문시장에서 상인들과 지지자와 악수하는 심상정 후보. [사진 정의당 제공]

심상정 후보가 4일 제주동문시장에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심상정 후보가 4일 제주동문시장에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심 후보도 “요망진 심상정이 왔습니다”고 넉살을 부리며 “1, 2번만 찍어봐서 저 밑의 번호 내려가면 손가락이 덜덜 떨려서 못 찍으셨는데, 이번엔 마음 변하지 말고 5번 찍어달라”고 했다.

또 “심상정을 찍는 것은 사표가 아니라 1타 3표”라며 “막가파 수구 세력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 1타이고, 문재인 후보를 개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게 2타, 새 정치를 잃어버린 안철수 후보를 대안하는 것이 3타”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후보가 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 희생자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심상정 후보가 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 희생자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심상정 후보가 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 희생자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심상정 후보가 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 희생자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도넛 한 개로 점심을 때운 심 후보는 제주를 떠나 거제 백병원으로 갔다. 노동절인 지난 1일 크레인 사고로 사망한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직원들을 조문하기 위해서다.

심상정 후보가 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 희생자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심상정 후보가 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 희생자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그는 유가족의 손을 붙잡고 “노동 현장에서 사고당하고 죽는 것은 늘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에게 위험한 작업을 시키는 대신 원청이 처벌받고, 사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제주·거제=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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