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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없는 김포공항 … 여행객들 투표도 못하고 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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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대만 출장 일정이 있던 오규식(38)씨는 아침 일찍부터 동네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출발 전 집에서 사전투표소 위치를 미리 확인하던 중 김포공항엔 투표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씨는 “김포공항도 국제공항인데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당연히 투표소가 있을 줄 알았다”며 의문을 표했다.

인천공항엔 투표소 고작 1곳 설치 #유권자들 긴 줄에 한 표 포기하기도 #황금연휴 투표 열기 예고됐는데 #“읍·면·동당 1곳 설치하면 된다” #선관위, 규정만 들며 안이한 대처

김포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사전투표소라고 해야 지하철 5·9호선 김포공항역으로부터 한 정거장 떨어진 공항시장역 인근의 방화 제2동 주민센터다. 더군다나 공항 중엔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곳은 없다. 이를 미리 알았던 오씨는 투표를 할 수 있었지만 이를 모른 채 김포공항에 왔다가 투표를 못한 경우도 있다. 인터넷엔 “공항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사전투표소가 없어서 결국 투표를 못했다” “(김포공항을 통해) 동남아 여행 가는 사람들은 투표도 하지 말라는 거냐”는 여행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부산역, 부산항 여객터미널, 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도 투표를 할 수 없었다.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마련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여행객들이 출국하기 전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497만902명이 투표했고, 11.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종도=우상조 기자]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마련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여행객들이 출국하기 전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497만902명이 투표했고, 11.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종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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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도 사정이 썩 좋진 않았다. 유권자들이 몰렸지만 한 곳뿐인 투표소가 이들을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한 트위터(아이디 lee********) 이용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전투표하려다 포기합니다. 투표소가 고작 1개…ㅠㅠ”라고 썼고 “여유시간 세 시간 잡고 오세요. 투표소도 적고 줄 엄청 기네요”라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도 “사전투표 하려다가 줄이 어마어마해서 포기했다”는 유권자들이 나왔다.

일부 지역 투표소 이전 안내 안 돼 혼란도

공항이나 기차역만 문제가 된 건 아니었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도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장시간 줄 서기를 감내해야 했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조모(37·여)씨는 6일 출국을 앞두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소를 찾았다가 4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조씨는 “지난 총선 때도 사전투표를 했지만 이번처럼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다. 투표하기 참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부산 연제구 거제3동에선 김모(67)씨가 사전투표를 하러 거제3동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투표소가 이전됐다는 말을 듣고 새 투표소를 찾아가느라 한참 헤매야 했다. 새 투표소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찾을 수 없어서다. 김씨는 “이전된 사전투표소가 거제3동 주민센터에서 300m 떨어져 있는데도 안내판 하나 없다”며 “이전한 투표소를 제대로 안내조차 해주지도 않는 건 투표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선관위는 대선 준비기간이 짧아 사전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선거법상 투표소는 읍·면·동에 한 곳씩 설치하게 되어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서울역, 용산역에 있는 사전투표소는 유권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며 “별도로 수요를 예측하지 않아서 유동인구가 많은 다른 곳까지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전투표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는 만큼 이를 장기적으로라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긴 연휴 탓에 사전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이 같은 선관위의 대처는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사전투표를 적극 홍보했던 선관위로선 사전투표 열기를 예상 못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전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공항이나 대합실은 물론 대학 캠퍼스 등까지 유권자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사전투표소를 다양한 공공시설에 적극적으로 추가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추인영·김민욱·이은지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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