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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보수정치권이 되새겨야 할 바른정당 탈당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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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부 바른정당 의원의 집단 탈당이 초래한 역풍은 국가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철새 정치인들에 대한 대한민국 보수 유권자들의 호된 일침이요, 그런 퇴행적 정치에 더 이상 농락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2일 13명의 바른정당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이들이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한 지 100일도 못 돼 “탄핵은 잘못된 사법적 판단”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고 있는 홍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심각한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의 친박 의원들이 탈당 의원들의 복당을 극구 반대하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할 신세가 될 정도로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반면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에게는 후원금과 지지·격려가 쇄도하고 있다. 며칠 사이 후원금이 평소보다 20배 가까이 늘었으며, 온라인 입당도 2일 이전에 비해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유 후보의 페이스북 팔로어 역시 이틀 새 1만4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예상보다 강력한 탈당 비난여론에 놀란 황영철 의원이 하루 만에 탈당 결정을 번복했으며 탈당을 고려하던 정운천 의원도 어제 바른정당 잔류를 선언했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결국 진정한 보수 혁신과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다운 국가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이 바른정당을 지켜낸 것이나 다름없다.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걷는 정치인을 국민이 끝내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증명됐다. 그런 소신정치의 길은 진보나 보수의 구분이 없는 것이다. 다만 오늘날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권이 보다 절실하게 되새겨야 할 교훈일 뿐이다. 당장 나흘 뒤 대선 투표도 중요하지만 오늘도 유권자들은 멀리 내다보며 각 후보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