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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예금 금리보다 못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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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연 1.58%로 집계됐다고 금융감독원이 어제 밝혔다. 2015년(2.15%)보다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1.0%)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 예금과 견줘 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1.63%였다. 퇴직연금에 투자하느니 그냥 은행에 넣어두는 게 더 나았던 셈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현재 147조원에 이른다. 일년 새 20조6000억원 늘었다. 2005년 제도 도입 뒤 의무적립 대상을 꾸준히 늘려 왔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월급쟁이의 절반이 넘는 6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다.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개인연금과 더불어 노후 대비를 위한 ‘필수 3종 세트’로 불리는 이유다. 정부도 2015년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수익률이 연 1%대다. 노후 대비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노후 불안을 부추기는 숫자다. 이미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저축 수익률에도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은 최근 몇 년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4.75%로 반등했지만 해외 주요 연기금의 성과에는 미치지 못했다. 개인연금저축 역시 장기간의 초저금리로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신규 가입이 줄고 해지는 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1인당 최소 노후자금을 월 104만원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수령액은 34만원, 개인연금은 26만원에 불과하다. 지금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로 부족한 44만원을 채우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은 모두에게 손해다.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정부의 오랜 목표가 헛꿈이 된다. 금융사는 당장 수수료 수입을 올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고객의 외면을 받는다. 국민들은 노후생활비 부족이라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금융사들은 퇴직연금의 ‘쥐꼬리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운용상황에 대한 점검과 관련 규제 철폐를 주저해선 안 된다. 연금은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연금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일만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