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바른정당 의원 탈당, 대선 변수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바른정당 의원들이 어제 무더기로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고 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1월 창당된 바른정당은 98일 만에 반토막 나 존폐 위기를 맞고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한 보수 연합이 필요하다는 게 탈당 명분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지지율이 높은 홍 후보 쪽으로 몰아줘야 ‘좌파 정권’ 탄생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문재인 집권 막는 보수단일화라지만 #탄핵반대당 복당은 창당정신 어긋나 #새로운 보수 세우려는 노력 계속되길

물론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장이다. 대동단결을 외치는 목소리엔 보수 후보 단일화를 기대하는 보수 유권자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당선 가능성 없는 후보가 완주를 고집해 중도·보수 표가 분열되는 걸 걱정하는 우려감이다. 어차피 정당이란 선거로 권력을 잡자는 게 목적인 정치적 이익집단이다. 현실적 여건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이상과 대의(大義)만을 무조건 내세우는 게 절대 선의 정치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탈당은 명분이 약한 일이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단일화를 내세워 사퇴를 압박하는 건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더구나 자기들이 만든 규칙으로 뽑은 자기 당 후보가 TV토론 등에서 선전하고 있다. 낮은 지지율의 책임을 몽땅 후보에게 떠넘긴 채 이제 와서 버리는 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바른정당은 창당 당시 ‘진정한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코앞의 대선을 고려하면 단일화 주장은 현실성도 의심이 든다. 정치 행위가 목적대로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국민 공감과 감동을 불러내야 한다. 단일화 요구라고 다를 게 없다. 명분과 원칙 없이 정치 공학으로 만들어진 야합이라면 유권자의 신뢰와 호응을 받기 어렵다. 가치와 정책을 팽개친 채 그냥 누구에게 맞서 보자는 건 힘이 약하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단일화를 외치고 있으니 뭔가 또 다른 정치적 목적 때문이란 의심을 산다.

바른정당은 비박계 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든 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고 대안 보수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들이 같이할 수 없다던 한국당엔 변화가 없다. 홍 후보마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에 호소하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복귀란 설득력이 떨어진다. 내년 지방선거와 이듬해 총선의 유불리만 따진 정치 계산 때문으로 비칠 뿐이다.

보수는 진보와 더불어 사회를 지탱하는 양 날개다. 보수의 몰락은 한국 정치의 커다란 위기이고 모두의 불행이다. 그렇지만 지금 보수에 필요한 건 ‘묻지마 단일화’가 아니다. 합리적 보수의 재건이 더 무겁고 시급한 일이다. 바른정당은 당장은 어려워도 국민 지지를 받는 큰 길로 가야 한다. 보수의 새 가치를 지켜내고 보수층을 대변하는 노선과 정책을 분명히 해야 보수 유권자의 마음을 살 수 있다. 그게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이다. 보수 재건의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