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스페이스가 중요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17.05.01 17:00

과천과학관 메이커 스페이스에 모인 영 메이커 도전자들.

과천과학관 메이커 스페이스에 모인 영 메이커 도전자들.

‘영 메이커 프로젝트 시즌 2’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8주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5개 지역 10개의 거점 교실에는 다양한 방법의 메이커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팀은 ‘맘만 먹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전설이 흐르는 세운상가와 광장시장 일대를 돌며 재료탐구 시간을 가졌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팀은 여러 박스로 하나의 커다란 집을 만드는 협업 수업을 진행했죠. 내부 공사로 2주 늦게 시작한 동탄이음터팀은 문제를 새롭게 보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수업으로 멋지게 출발신호를 알렸습니다. 이번 주 소중에서 눈여겨본 팀은 국립과천과학관팀입니다. 자타공인 전국최고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자랑하는 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아이들의 무한상상 메이커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모두가 선생이 되는 메이커 교육

글=황정옥 ok76@joongang.co.kr  사진=메이커실천교육
리더 멘토=박영준·이정인
멘토=김은희·강진영·권준형·문지영·유영진
영 메이커 도전자=강선우(서울 도곡초5)·구태희(경기 서원초6)·권태완(경기 충현중3)·김대윤(경기 능내초5)·김민성(경기 천일초6)·박규림(서울 잠원초4)·박유안(경기 궁내중1)·박형진(서울 성북초6)·신우진(서울 서울교대부설초5)·심지원(경기 남사초4)·유영상(서울 우솔초6)·유지상(서울 우솔초5)·임율민(서울 불광초5)·정의찬(서울 계성초5)·황유림(경기 호성초3)·박혜림(경기 고색초6)·김호성(경기 천일초5)

“나랑 같이 레이저커터실에 갈 사람?”

“내가 갈게. 다른 사람이 만드는 걸 보면, 아이디어가 생각이 날지도 모르니깐.”
간지러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는 일명 ‘로봇 팔 효자손’을 제작하고 있는 5학년 우진이가 큰 소리를 말하자, 6학년 민성이가 손을 번쩍 듭니다. 민성이는 뭔가 특별한 물총을 만들고 싶은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중이죠. 민성이 뒤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의자를 만들고 있는 4학년 규림이, 축구화 겸용 운동화를 만들고 있는 중학교 1학년 형진이가 따라나섰습니다.

레이저커터 앞으로 하나둘 아이들이 모이자, 과학관 조춘익 연구사가 레이저커터 작동법과 유의점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합니다. “레이저커터는 레이저를 이용해 모양을 만들어 내는 기계입니다. 기계와 연결된 컴퓨터를 활용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실행을 누르면 레이저가 나와 태우는 방식으로 모양을 만들죠. 조작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실행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불이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수납이 편리한 여닫이 책상을 제작 중인 유연 학생. 우드락을 활용해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있다.

수납이 편리한 여닫이 책상을 제작 중인 유연 학생. 우드락을 활용해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 스스로 커다란 기계를 작동해 원하는 것을 만들고 있는 이곳은 국립과천과학관 내 위치한 무한상상실(Idea Factory)입니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작해 볼 수 있는 창작공간이죠. 입체적인 물건을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부터 플라스틱·나무·금속 등을 드릴로 깎아 물건을 만드는 CNC 라우터실까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여러 디지털 기계들이 마련돼 있습니다. 영 메이커 프로젝트 과천팀은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박영준 리더는 “과학관에는 여러 디지털 기계들이 많아 직·간접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 경험이 만드는 과정을 구체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죠. 또 어른, 아이 구분 없이 함께 작업하는 환경은 아이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됩니다"라며 과천팀의 장점을 손꼽았습니다.

보관함 설계도를 그리는 영상 학생.

보관함 설계도를 그리는 영상 학생.

모두가 선생님이 되는 메이커 교육
무한상상실을 둘러본 후, 다시 찾은 강의실에는 컵케이크 차를 만들고 있는 5학년 선우가 차의 하단 틀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전동드릴을 다루며 작업 중이죠. 언제 나타났는지 규림이가 옆에서 작업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의자를 제작 중인 규림이는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해 본 의자를 실제 사이즈로 제작하기 위해 고민 중이죠. 상자와 우드락을 활용해 만든 프로토타입은 작은 모터만으로도 작동이 가능했는데, 실제 크기로 만들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습니다. 얼마나 강력한 모터가 필요한지, 사람이 앉아도 안전하게 움직이려면 어떤 장치가 추가되야하는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죠.

그러던 중, 선우 언니의 작업을 도와주며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의자에 바퀴를 달고 모터로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우 언니의 작업을 보면서, 사람이 앉으려면 균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의자를 분해해 균형이 맞는 높이를 찾아보려고요.”

컵케이크 차를 제작 중인 선우 학생과 유림 학생.

컵케이크 차를 제작 중인 선우 학생과 유림 학생.

강진영 멘토는 “처음에는 자기 작업에만 몰두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아이들의 작업에도 참여한다”며“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공유와 협력의 가치와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영 메이커 프로젝트 수업에는 학년구분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각자 기획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죠. 이런 수업이 가능한 이유는 메이커 교육이 모두가 똑같은 과정을 배우는 일방적인 수업이 아니라, 각자가 기획한 것을 스스로 배우는 프로젝트 베이스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메이커 실천 교육을 이끌고 있는 이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기획·제작·완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주도하면서 스스로 문제 해결방법을 찾고 작품을 보완하면서 창의력과 도전 정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단한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과정 자체가 융합교육이자 창의교육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영 메이커 프로젝트 8주차에 접어든 아이들은 메이커 수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자동으로 감기는 밴디지 보관함을 만들고 있는 6학년 영상이는 “여기에 오면 친구들이랑 떠들면서 자유롭게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며 “토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로봇다리에 들어갈 톱니바퀴를 제작 중인 태희 학생.

로봇다리에 들어갈 톱니바퀴를 제작 중인 태희 학생.

내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위험한 물건을 운반하는 로봇 –구태희 (경기 서원초6)
“위험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있어요. 물건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이 목적이라 사람 다리처럼 길게 만들지 않고, 넓은 직사각형 다리로 안전하게 움직이는 로봇을 제작 중이죠. 유튜브에서 로봇 만들기 영상을 찾아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고 탱크 바퀴처럼 움직이는 장난감이나 기계을 찾아 살펴보고 설계도를 그렸어요. 지금은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리만 먼저 제작해볼 생각인데, 톱니바퀴를 일정한 간격으로 만드는 게 너무 어렵네요. 간격이 일정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거든요.”

수납이 편리한 여닫이 책상 –박유안 (경기 궁내중1)
“간편하게 물건을 꺼내고 수납할 수 있는 여닫이 책상을 만들고 있어요. 책상 상판을 위로 올려 그 아래 물건을 수납하는 형태죠. 가구를 만들어 본적이 없어서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야하는지, 어떤 두께의 나무를 써야하는지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요. 또, 여닫는 부분을 노트북처럼 부드럽게 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죠. 그래서 다음 주에는 서울 방산시장을 찾아가 적당한 재료들이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에요.”

밴디지가 자동으로 감기는 보관함 –유영상 (서울 우솔초6)
“밴디지를 자동으로 감아주는 기계를 제작 중이에요. 제 취미가 권투라 이런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밴디지는 권투할 때, 손에 감는 긴 천인데요. 사용할 때마다 깨끗하게 말아 놓아야 엉키지 않거든요. 지금은 설계구상 중인데, 회로를 어떻게 연결해야 자동으로 감기게 될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인터넷에 관련 정보가 많기는 한데, 정확하게 어떤 것을 사용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는 중인데, 오늘 리더 선생님이 여러 힌트를 줘서 다음 주에는 직접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디자인한 RC카 –권태완(서울 충현중3)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에요. 그래서 형태부터 색상까지 평소 만들어보고 싶었던 자동차 디자인을 생각하며 RC카를 만들고 있죠. 유튜브 영상으로 다른 사람들이 만든 다자인 RC카를 보면서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만들려 하니 어떤 원리로 RC카가 조정되고 움직이는지 몰라 고민했어요. 지금은 아두이노 RC카 키트를 사서 조립해보면서 원리를 이해하고 만들어야하는 부품을 계산하고 있어요.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들 계획이라 유튜브를 통해 3D 모델링 프로그램 다루는 법도 틈틈이 챙겨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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