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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딩] 문재인 "핵추진잠수함 도입 추진"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진행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진행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핵추진잠수함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핵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고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협정에 위반되지 않는다. 문제는 핵연료가 되는 물질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해야 하는데 현재 한미 간의 원자력 협정에서는 그것이 안 되게 돼 있다. 군사적 목적으로는 무기로든 연료든 다 사용 못하게 돼 있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할 것이다.”

  4월 27일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핵추진잠수함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며 “당선되면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추진 #노무현 정부 때 IAEA 사찰로 무산 #미국은 핵물질 군사적 이용 반대 입장 #전투기 도입사업과 연계한 브라질 사례

 문 후보가 이날 언급한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현시점에서 꼭 필요한 무기체계일까. 또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가능한 일일까.

미국 해군의 핵추진잠수함 중 가장 큰 '오하이오함'(SSGN-726·1만8750t)이 4월 13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 입항하고 있다.1981년 취역한 오하이오함은 길이 171m, 폭 12.8m, 만재흘수 11.5m 크기에 16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잠수함 중 가장 큰 '오하이오함'(SSGN-726·1만8750t)이 4월 13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 입항하고 있다.1981년 취역한 오하이오함은 길이 171m, 폭 12.8m, 만재흘수 11.5m 크기에 16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비밀리에 핵잠수함 추진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돼온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362 사업’이 그것이다. 2003년 6월 2일 해군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해 승인받았기 때문에 ‘362’ 사업으로 불렸다.

  당시 노 대통령이 이 사업을 승인한 것은 그해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된 것이 한 이유였다. 자위권 확보 차원과 더불어 평소 자주국방의 소신을 갖고 있던 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IAEA 사찰로 노 정부 핵잠수함 계획 무산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갑자기 사찰을 한다고 통보해 왔다. 당시 한국 정부는 과거(2010년) 원자력연구원이 0.2g의 우라늄 원석을 10%까지 농축하는 비밀 실험을 자백하고 앞으로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또 ‘군사용 핵물질을 제조하는 것은 스스로 막겠다’며 원자력기술통제원(KINAC)까지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딛힌 노무현 정부의 ‘362 사업’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때문에 이번 문재인 후보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검토는 노무현 정부 때의 경험이 일정부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해 8월 25일자에 게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 장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하루 전인 24일 시험발사 후 "성공 중의 성공, 승리 중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진제공=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해 8월 25일자에 게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 장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하루 전인 24일 시험발사 후 "성공 중의 성공, 승리 중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진제공=노동신문]

 북 SLBM 억제 위해 핵추진잠수함 필요 주장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의 잠수함이 동해를 통해 한반도 후방이나 옆구리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사드로는 막을 수 없다”며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핵추진잠수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북한의 최대잠수함 기지인 마양도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잠함능력이 긴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209급, 214급 잠수함으로는 기껏해야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의 잠항능력 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SLBM을 우리 해군의 잠수함 전력으로 감시하고 억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군의 첫 번째 214급(1천800t급) 잠수함인 '손원일함' 이 지난 2008년 1년 6개월여 간의 시운전을 마치고 실전배치됐다. [ 중앙포토 ]

해군의 첫 번째 214급(1천800t급) 잠수함인 '손원일함' 이 지난 2008년 1년 6개월여 간의 시운전을 마치고 실전배치됐다. [ 중앙포토 ]

 디젤잠수함으론 실제 작전능력 열흘도 안 돼 

 신 대표는 “강원도 동해항에서 마양도까지는 시속 3노트(5㎞)로 4일 이상이 걸리는데 214급이 작전 후 돌아오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실제 작전능력은 불과 3~4일 밖에는 안된다”며 “현재 개발 중인 3000t급 잠수함 역시 잠항능력은 3주 정도로 마찬가지로 실제 작전능력은 기껏해야 열흘 남짓으로 추정돼 핵추진잠수함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군사전문가인 김대영 디펜스타임즈 편집위원은 “핵추진잠수함이 북한의 SLBM 감시에는 효과적인 무기체계일 수 있다”면서도 “잠수함에서 쏘는 탄도미사일 외에도 북한은 육상에서 다양한 투발수단을 갖고 있거나 개발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얼마나 비용대비 효율적인지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핵추진잠수함도 한 척이 아니라 최소 세 척 정도는 보유해야 효율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척당 1조5000억에서 2조원이 드는 핵추진잠수함이 우리 경제 형편에 반드시 필요한지도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핵 추진 잠수함 추진원리.  [자료제공=제인연감]

핵 추진 잠수함 추진원리. [자료제공=제인연감]

 한미원자력협정에선 핵물질 군사적 이용 못하도록 규정

 핵추진잠수함 보유의 걸림돌로 거론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가능한 사안일까. 현행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안은 4년 동안의 줄다리기 끝에 지난 2015년 11월 25일 발효돼 시행중이다.

 1974년부터 적용됐던 기존 협정이 40여년 만에 개정된 것이다. 과거에는 사용후 핵연료를 분석하는 활동을 할 때 건건이 또는 5년 단위로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신협정으로 우리가 보유한 시설 내에서는 자율적인 시험이 가능해져 원자력 연구개발의 자율성이 확보됐다는 것이다. 한미 상호협의에 의해 20% 미만의 저준위 농축우라늄은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국제적으로도 20% 미만의 농축우라늄 사용은 원자력 사용과 관련한 국제적 규제(NPT, IAEA 등)에 위배 되지 않으며, 투명하게 사용 시 상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핵연료의 연구와 개발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한미원자력협정 제13조 ‘폭발 또는 군사적 적용금지’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다음과 같다.

 “이 협정에 따라 이전된 핵물질, 감속재 물질, 장비 및 구성품과 이 협정에 따라 이전된 핵물질, 감속재 물질, 장비 또는 구성품에 이용되었거나 이러한 핵물질, 감속재 물질, 장비 또는 구성품의 이용을 통하여 생산된 모든 핵물질, 감속재 물질, 또는 부산 물질은 핵무기 또는 어떠한 핵폭발 장치, 어떠한 핵폭발 장치의 연구 또는 개발이나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아니한다.”

  일각에서는 핵무기 개발이 아닌 잠수함의 에너지원으로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을 잘 설득하면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해군 내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해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입김이 강한 IAEA의 사찰 가능성 뿐 아니라 지난 번 개정한 한미원자력협정에서도 군사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지 못한다고 못 박은 바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드배치, 핵추진잠수함 도입문제와 연계 주장도

  신인균 대표는 핵추진잠수함 문제를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연계시켰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신 대표는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 사드배치는 MD 체계의 화룡점정과도 같은 것으로 미사일사거리 개정,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위한 카드로 활용해 협상한다면 핵추진잠수함 개발도 가능한 문제”라며 “이런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어 “브리질의 경우 전투기 도입사업과 핵추진잠수함기술 이전문제를 연계해 현재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새 정부에서 사드협상을 제대로 하면서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한미원자력협정도 다시 손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전투기 도입 사업과 연계해 핵잠수함 도입 추진 중

 브라질은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2030년 완공을 목표로, 20%로 농축한 핵연료를 장전하는 핵추진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대영 위원은 미국의 반대로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은“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한다고 하면 이미 우라늄농축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역시 핵잠수함 개발에 나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미국은 주변국들의 민감한 입장을 이유로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어떤 식으로든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과 인도 뿐이다.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5개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핵무기 보유가 허용된 국가이고 인도는 NPT 미가입국이다.

2009년 중국 해군 창설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전략 핵 미사일을 탑재한 중국 핵 잠수함 창정 6호.  [ 칭다오 AP = 연합 ]

2009년 중국 해군 창설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전략 핵 미사일을 탑재한 중국 핵 잠수함 창정 6호. [ 칭다오 AP = 연합 ]

 미국 핵잠만 80척, 중국도 12척 보유

  핵분열에서 얻은 에너지로 엔진을 돌리는 핵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은 우라늄 농축 수준에 따라 최소 10년에서 30년까지 별도의 에너지 보충없이 무한대로 은밀한 잠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현재 12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43척을 보유한 핵잠수함 강국이다. 2020년까지 4대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은 1만 8000t 오하이오급을 포함해 무려 80척을 보유 중이다. 일본은 3000t급 이상 신형 디젤잠수함 22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언제든 핵추진잠수함으로 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한국은 2020년 쯤 3000t급 디젤잠수함(장보고 3번함)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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