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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성장률 6.9%, ‘진짜’로 성장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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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총리는 2007년 랴오닝성 당 서기 시절 미국 대사를 만나 ‘중국의 GDP 통계는 사람이 가공한 수치로 참조용으로만 사용하라’고 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밝힌 내용이다. 중국의 통계 조작설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얘기다. 이로부터 10년 후인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왼쪽)은 폐기물 운송량을 살펴 경기 동향을 가늠했다. 리거창 지수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2007년 중국의 경제 흐름을 판단하기 위해 제시한 세 가지 지표(전력 사용량, 은행 대출, 철도 화물 운송량)에서 비롯된 경제지표다. [사진 중앙포토]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왼쪽)은 폐기물 운송량을 살펴 경기 동향을 가늠했다. 리거창 지수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2007년 중국의 경제 흐름을 판단하기 위해 제시한 세 가지 지표(전력 사용량, 은행 대출, 철도 화물 운송량)에서 비롯된 경제지표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정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6.9%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다. 1~2% 성장을 왔다 갔다 하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믿기 어려울 수치다. 11조4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가 7분기 연속 6%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가짜 통계’ 의혹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 41개 산업 중 33개 업종 성장 #1분기 GDP 성장, 소비 기여율은 77.2% #부동산과 그림자 금융은 여전히 문제 #“중국 공식성장률 실제는 더 높을 수도”

과연 진짜 성장인가? 6.9%를 뜯어보자.

중국 경제성장률, 공식(파란색)과 시장 예측치(녹색) 비교 추이[자료 뉴욕 연방준비은행]

중국 경제성장률, 공식(파란색)과 시장 예측치(녹색) 비교 추이[자료 뉴욕 연방준비은행]

산업 분야별 성장을 보자.

산업 전반이 호조였다. 중국이 대표적으로 분류한 41개 산업 가운데 33개 업종이 성장세를 유지했다. 컴퓨터·통신전자설비 제조업 16.1%, 자동차 제조업 12.3%, 일반 설비 제조업 10.6%, 발전 난방 생산업 10.0%, 전기 기자재 제조업 9.0%, 식품가공업 7.7% 등의 실적을 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인프라나 금융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성장을 부풀린 거라 깎아내린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공장을 돌리고 있고, 여기서 나온 제품을 수출을 통해 끊임없이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IT 분야가 그렇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각종 IT 기기 수요가 폭등하면서 중국 공장의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가 초호황을 누리는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다.

국유 부문 산업은 주춤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을 실시하면서 중후장대형 산업에 차질이 생겼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중국은 과잉생산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후설비와 유휴설비를 강제로 폐쇄해버렸다”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철강·시멘트·자동차의 설비 가동률은 각각 2.1%p, 3.1%p, 4.1%p씩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공장 신축 허가권을 가진 공업정보화부도 올해부터 철강·시멘트·평판유리·알루미늄 등 산업의 공장 증축을 막겠다고 나섰다.

국유부문이 저조한 부분은 IT를 중심으로 한 민영 부분이 커버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이 큰 충격 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자료: 중앙포토 *2016년 수치: 경제성장률은 연간 예상치, 기타는 1~11월 실적 기준, 2017년 수치는 전망]

[자료: 중앙포토 *2016년 수치: 경제성장률은 연간 예상치, 기타는 1~11월 실적 기준, 2017년 수치는 전망]

소비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분기 GDP 성장에서의 소비 기여율은 77.2%다. 전체 성장의 77.2%가 소비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소비가 성장을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경제구조 전환' 작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투자’ 중심으로 돌아갔던 경제 성장의 축을 ‘소비’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저임금 기준을 올리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상하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0만9000위안(1772만원)으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올랐다. 선전시는 앞서 전일제 취업 근로자의 최저 월급을 2130위안(35만원)으로 높이고, 비(非) 전일제 노동자의 최저시급을 19.5위안(3200원)으로 인상했다. 구매력을 키워 내수 시장 규모를 키우자는 게 중국 정부의 뜻이다.

투자도 서비스업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산업별 투자 증가율을 보면, 제조업은 5.8%에 그쳤던 반면 서비스 산업은 12.2%에 이르렀다. 2차 산업 GDP 성장률은 6.4%에 그쳤지만, 3차 산업은 7.7%를 기록했다. 서비스 분야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대외 부분도 좋았다.

1분기 수출은 14.8%, 수입은 31.1%가 증가했다. 가공무역이 많은 중국의 무역구조로 특성으로 볼 때 수입이 늘었다는 건 향후 그만큼 수출 여지가 높다는 점을 뜻한다. 대외부분 성장 동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사드 충격에도 불구하고 5개월 연속 증가한 이유다.

급격한 자본유출 움직임도 잦아들었다. 자금 흐름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중국 밖으로 급격하게 자금이 빠져나갔고, 지난 1월 중국 외화보유액은 2조 9982억 달러까지 줄었다. 하지만 중국 특유의 강력한 통제 조치로 지난달 외화보유액 3조91억 달러를 기록하며 ‘3조 달러’ 벽을 지켜냈다. 금융환경이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한 게 성장의 토대가 됐다.

중국 인민은행 [사진 중앙포토]

중국 인민은행 [사진 중앙포토]

부동산과 그림자 금융은 여전히 문제

항상 문제는 ‘빚’이다. 특히 부동산과 그림자 금융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중앙은행은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각 시중은행에 담보대출 확대를 직접 지시할 정도로 빚내기를 장려했다. 중국인들도 저축의 90% 가까운 자금에 부동산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자 중국 당국은 태도를 바꿔 부동산 대출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중국의 사회융자총액 구성 비중 [단위: %,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중국의 사회융자총액 구성 비중 [단위: %,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그러자 그림자 금융이 급증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잡으려 은행 대출과 채권 시장을 압박하니 역효과가 생긴 셈이다. 지난 14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대차대조표에 드러나지 않은 부외거래 대출이 지난달 7540억 위안(124조원)이나 급증해 1분기 사상 최대치인 2조500억 위안(337조원)을 기록했다. 인민은행이 신규 대출을 억제하자 돈을 구하려고 대체 수단(그림자 금융)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6.9% 허무맹랑한 수치 아니다”

과잉생산·기업부채·부동산재고·그림자금융 등 리스크 요인은 여전하다. 하지만 성장을 이끄는 3두 마차인 투자와 소비, 순수출 등을 종합해 보면 ‘페이크(가짜)성장’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 성장의 품질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을 보는 서구 시각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헌터 클라크 부총재보 등 3명이 ‘중국의 성장률은 과장된 것인가’라는 글을 통해 “분석 결과 2012년 이후 자신들의 중국 성장률 추정치가 공식 통계치보다 눈에 띄게 낮지 않았다”며 “오히려 더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 중국 공식 통계가 상당히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6.9%, 허무맹랑한 수치가 아니라는 소리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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