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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ㆍ체육계 지지는 ‘1강 2중’?…사이버 테러 등 잡음도 속출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문화예술인과 체육인의 후보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은 직후라 이전 대선에 비해 뜸하다고는 하지만 각 후보 측의 세 과시는 여전하다.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져 유권자에게 친숙한 이들이 자신을 지지하면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추세와 관련해 각 후보 측은 양강(兩剛) 구도냐, 삼강(三剛) 구도냐, 아니면 1강 2중 구도냐를 놓고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구도를 짜려는 목적의 아전인수 격 해석이다. 실제 지지세가 어떻든, 적어도 문화예술계와 체육계의 호응을 놓고 봤을 때는 1강 2중 구도가 짜여지는 듯한 모습이다.

가수 이은미(왼쪽 두 번째)씨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가수 전인권(오른쪽 끝)씨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작가 얼개, 중앙포토]

가수 이은미(왼쪽 두 번째)씨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가수 전인권(오른쪽 끝)씨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작가 얼개, 중앙포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는 거의 모든 분야가 총망라됐다. 가수(이은미ㆍ강산에ㆍ박기영), 기타리스트(‘시나위’의 신대철), 만화가(‘미생’의 윤태호, 세계웹툰협회 회장 원수연), 방송인(개그우먼 김미화, 고민정 전 아나운서), 영화감독(장진), 소설가(이외수ㆍ공지영), 작가(김은숙ㆍ김은희), 국악인(사물놀이 김덕수) 등의 문화예술계와 야구(김응용ㆍ김성한ㆍ김용철, 치어리더 박기량), 수영(최윤희ㆍ임우근), 핸드볼(임오경), 육상(임춘애ㆍ홍석만), 농구(박찬숙ㆍ차양숙), 배구(김화복ㆍ곽선옥), 권투(이형철ㆍ백인철ㆍ박찬희) 등의 체육계 인사가 문 후보의 당선을 응원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다양한 인사가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가수 전인권, 작가 임경선, 김운용 전 세계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김광선, 복싱 세계챔피언 장정구, 서울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양영자 등이 그들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도 많은 인사가 몰리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 ‘소수의견’의 소설가 손아람 등이다.

영화감독 박찬욱씨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영화감독 박찬욱씨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반면 범보수 진영의 후보들에겐 호감을 표시하는 인사가 뜸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는 씨름 천하장사 출신의 이만기 김해을 당협위원장, 바둑의 조훈현 의원이 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는 ‘사라예보의 영웅’으로 불리는 탁구 선수 출신 이에리사 전 의원이 있지만 이들은 이미 정치인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몰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듯 문화예술계와 체육계의 지지 구도가 선명히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씨가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로부터 “적폐 가수”라는 공격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콘서트 예매가 줄줄이 취소된 데 이어 최근에는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전씨는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에 다른 후보 지지자들에게 공격을 받는 상황에 대해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역시 안 후보를 지지한 임경선 작가 또한 공개 지지 이후 사이버 테러를 당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고통을 호소했다.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지난번의 언어 성폭력 가해에 이어 이런 칼부림 협박 멘션을 받는 거는 저 하나로 부디 끝나기를 바란다”고 적은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동료 문화예술인들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심상정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박찬욱 감독은 27일 공개된 영상에서 “언제가 돼야 아무 걱정 없이 자기 소신껏 투표를 할 수 있는 있느냐”고 발언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가수 이은미씨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사람이 전인권씨의 헤어스타일을 할 필요가 없듯이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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