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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위해 만든 수학 앱, 모든 아이들이 탐낸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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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6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이수인 에누마 대표를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사무소에서 만났다. ‘토도수학’ 돌풍을 일으킨 에누마의 본사는 미국에 있다. [최정동 기자]

6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이수인 에누마 대표를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사무소에서 만났다. ‘토도수학’돌풍을 일으킨 에누마의 본사는 미국에 있다. [최정동 기자]

“장애나 전쟁 등으로 학습이 어려운 세계 2억5000만 명의 아이를 위해 유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학 애플리케이션(앱)인 ‘토도수학(todomath)’을 만든 에누마(enuma) 이수인(40) 대표의 목표다. 에누마는 ‘하나 하나 센다, 열거하다’라는 뜻의 단어 ‘이누머레이트(Enumerate)’에서 따온 말로 ‘모든 아이를 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토도수학’ 돌풍 이수인 에누마 대표 #첫 아이 학습 느려 교육용 앱 개발 #10개 언어 서비스, 350만 다운로드 #미국 1000여 초등교선 정규 교재로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창업의 매력”

엔씨소프트 게임 기획자 출신으로 2012년 미국에서 창업한 이수인 대표의 첫 작품인 토도수학은 이미 대성공을 거뒀다. ‘토도’는 스페인어로 ‘모든’이라는 뜻이다. 토도수학은 애초 정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장애아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개발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앱이다. 게임 기능도 접목해 지루하지 않도록 꾸몄다. 

2014년 애플 앱스토어에 토도수학이 나오자 예상치 않은 반응이 이어졌다. 장애를 겪는 아이뿐만 아니라 비장애 저학년 아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것이다. 부모들도 토도수학을 다운받아 아이들 수학 교육에 사용했다. 35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토도수학은 지금까지 앱스토어의 교육 카테고리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2016년 7월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왔고, 그해 ‘구글 스토어를 빛낸 최고의 패밀리 앱’에 올랐다. 특히 미국에서는 1000여 개 초등학교가 토도수학을 정규 수업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영어·한국어·중국어 등 10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에누마는 한국·미국·중국에서 모두 투자를 유치하는 기록을 세웠다. 금액으론 500만 달러(약 55억원)에 이른다. 미국 벤처캐피털 ‘K9 벤처스’ ‘뉴스쿨 벤처 펀드’는 에누마의 창업 초기에 투자했다. 한국의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중국의 TAL 에듀케이션그룹도 2015년 2월 400만 달러(약 45억)를 투자했다. TAL 에듀케이션 그룹은 중국의 방과후 학원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 대표는 “우리 앱이 중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하면서 TAL 에듀케이션 그룹이 우리에게 투자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구체적인 매출액은 밝힐 수 없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주로 머물면서 서울과 베이징의 사무소를 돌며 사업을 챙기고 있다. 둘째 딸을 낳고 지난 4월 18일 한국을 찾기도 했다. 이 대표는 미국 UC버클리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남편을 돕기 위해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남편도 엔씨소프트의 엔지니어였다. 남편의 박사 과정이 끝나면 한국에 돌아가 회사로 복귀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2009년. 부부의 첫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나중에 학습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이를 위해서 특수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미국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애초 계획이 틀어져 의기소침해 있던 이 대표에게 의사가 “아이를 위해서 당신의 능력을 활용해보라”고 조언했다. 이 말에 힘을 얻은 이 대표는 남편과 함께 ‘특수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수많은 서비스와 모바일 앱이 있었지만 대부분 부실해 보였다. ‘나라면 멋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교육 콘텐트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가 창업에 나선 것도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기업의 지원을 받아 장애를 겪는 아이들을 위한 앱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미국의 벤처캐피털인 K9벤처스의 마누 쿠마르 대표가 창업을 권유했다. 이 대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일은 2015년 시작된 ‘엑스프라이즈 글로벌 러닝 ’ 대회다. 미국 엑스프라이즈 재단이 주최하고 유네스코와 탄자니아 정부가 함께 진행하는 개발도상국 어린이 교육 관련 오픈 소스 솔루션 공모전이다. 에누마는 ‘킷킷스쿨(킷킷은 태국어로 생각하다라는 뜻)’이라는 솔루션으로 응모했다. 유치원부터 2학년까지의 언어와 수학 과정을 담은 태블릿 기반의 앱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한국국제협력단·굿네이버스와 손을 잡고 이 솔루션을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보급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 말했다.

숫자로 보는 토도수학

350만 2016년 4월 론칭 후 누적 다운로드 수
21개 애플 앱스토어 교육 카테고리에서 토도
      수학이 1위를 차지한 나라 수
10개 토도수학에서 제공하는 언어 수
14억 개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이 푼 문제 수
         하루 평균 100만 개의 문제를 풀고 있음
40만 개 애플 매장에서 토도수학이 설치된 기기 수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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