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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러 잠수함 잡아낸 해군…북은 SLBM 도발 포기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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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달 말 동해에서 우리 해군 해상초계기(P-3)가 수중에 있는 러시아 잠수함을 78시간 추적 끝에 잡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러시아 잠수함은 P-3의 끈질긴 초계작전에 결국 물 위로 부상하고 말았다. 은밀성이 무기인 잠수함이 추적에 못 이겨 부상한 것은 전투에서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 문제의 잠수함은 디젤 엔진으로 운항하는 킬로급(3950t)으로 러시아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의 주력이다. 수심 300m까지 잠수할 수 있고 수중에서 시속 31∼46㎞로 항해한다. 러시아 킬로급 잠수함이 부상하지 않고 수중에서 계속 도망갔으면 해군은 작전수칙대로 폭뢰로 격침시켰을 것이다.

  해군이 동해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찾아냈듯이 북한 잠수함이 침투할 때도 덜미를 잡아챌 게 분명하다. 북한 고래급 잠수함이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려면 울릉도ㆍ독도 아래까지 내려와야 한다. 조만간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요격범위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휘된 우리 해군의 능력을 보면 북한 잠수함은 이동 과정에서 탐지돼 격침되기 십상이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도발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기 전에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이미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한반도 해상으로 복귀했다. 어제는 원자력 잠수함인 미시간함이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이 잠수함에는 2500㎞를 비행해 10m 이내를 타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이 적재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SLBM 발사 등 어떤 도발도 자멸을 부를 뿐이다.

  돌아보면 그동안 몰래 침투하다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리거나 잠망경을 발견한 어부의 신고로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이 들통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우리 해군 초계기가 직접 러시아 잠수함을 잡아낸 것은 처음이다. 자랑스러운 일이자 온 국민에게 안도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로 한반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군이 바다와 하늘, 육지에서 더욱 철통 같은 경계로 적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꺾어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