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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기자의 心스틸러] 이현우가 박보검 닮은꼴을 벗어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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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 프로듀서 강한결 역을 맡은 배우 이현우. [사진 tvN]

tvN 월화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 프로듀서 강한결 역을 맡은 배우 이현우. [사진 tvN]

자고로 멜로드라마 남자 주인공이라면 갖춰야 할 몇 가지 덕목이 있다. 화면 가득 찬 얼굴만 봐도 시청자들을 설레게 할 만큼 꽃미모를 자랑하든가, 혹은 “네가 뭐라고 말해도 내 귀엔 사랑해라고 들려” 정도의 달달한 목소리를 뽐낸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마치 내가 저 이야기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줄 수 있을 만한 연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모든 걸 다 가진 팔방미남일 필요는 없지만, 이 중 한두개는 확실히 잡고 갈 필요가 있다.

드라마 '그거너사'에서 조이와 호흡 #달달 케미 '가지고 싶은 남자' 등극 #유승호, 임시완처럼 '아역배우 출신' #꼬리표 떼려면 연기 도전 필요할 때

이런 측면에서 tvN 월화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 천재 프로듀서 강한결 역을 맡고 있는 이현우(24)는 멜로 꿈나무라 할 수 있다. ‘절대강자’라 할 만큼 눈에 띄는 드라마가 없는 상황에서 시청률은 1%대에 불과하지만, 화제성만큼은 남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연기에 도전한 레드벨벳 조이와 호흡도 나쁘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엄마 미소를 머금게 하는 커플로, 심쿵 필수 조건을 고루 갖췄다 하여 ‘가싶남(가지고 싶은 남자)’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현우는 가수를 꿈꾸는 여고생 윤소림 역을 맡은 레드벨벳 조이와 남다른 호흡을 선보인다. [사진 tvN]

이현우는 가수를 꿈꾸는 여고생 윤소림 역을 맡은 레드벨벳 조이와 남다른 호흡을 선보인다. [사진 tvN]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생긴 곱상한 외모는 이현우가 갖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4인조 밴드 크루드플레이의 음악을 만드는 천재 작곡가와 가수를 꿈꾸는 여고생의 러브 스토리라는 일본 원작 만화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할뿐더러 “나같이 삐딱한 사람도 자꾸 모서리를 닳게 해 니 목소리가” 같은 다소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해도 “이건 만화니까” 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니 말이다.

거기다 SBS ‘인기가요’ 등 음악프로그램 진행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OST 등에서 꾸준히 갈고 닦아온 노래 실력도 음악 드라마를 만나 빛을 발하고 있다. 극중 조이를 위해 만든 노래 ‘괜찮아, 난’을 함께 부르거나 음악 작업을 위해 기타를 치는 모습도 전혀 튀어보이지 않는다. “노래를 잘한다기 보다는 좋아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김현민 감독과 황상준 음악감독 등 제작진은 “강한결 캐릭터와 닮은 점이 많고, 녹음실에도 찾아와 제작과정을 지켜보는 등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 사진은 '이현우 닮은꼴 박보검'에서 '박보검 닮은꼴 이현우'로 이름이 바뀌었다. 93년생 동갑내기로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두 사람. [중앙포토]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 사진은 '이현우 닮은꼴 박보검'에서 '박보검 닮은꼴 이현우'로 이름이 바뀌었다. 93년생 동갑내기로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두 사람. [중앙포토]

반면 지나친 동안 외모는 약점에 가깝다. ‘닮은꼴’로 화제를 모았던 동갑내기 배우 박보검이 ‘응답하라 1988’(2015)과 ‘구르미 그린 달빛’(2016)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KBS 연기대상에서 최연소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반면 이현우는 ‘공부의 신’(2010) 이후 이렇다할 대표작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영화 ‘연평해전’(2015)에서 의무병 박동혁 역할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데 이어 포스터에서도 센터를 차지했지만 좌 진구 우 무열의 존재감에 눌려 원탑으로 올라서기에는 아직 어린 느낌을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역배우 출신인 이현우가 극복해야 할 산이자 과제기도 하다. 2004년 KBS 어린이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으로 데뷔 이후 김상경(‘대왕 세종’)ㆍ엄태웅(‘선덕여왕’)ㆍ이서진(‘계백’) 등의 아역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였지만 ‘공부의 신’을 함께 했던 유승호와 ‘적도의 남자’(2012)에서 호흡을 맞췄던 임시완이 성인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한 것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연평해전' 포스터. 의무병 박상혁을 맡은 이현우(가운데)와 함께 출연한 진구, 이무열. [중앙포토]

영화 '연평해전' 포스터. 의무병 박상혁을 맡은 이현우(가운데)와 함께 출연한 진구, 이무열. [중앙포토]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한 ‘힘쎈여자 도봉순’의 박보영 또한 “어려보이는 얼굴과 작은 키가 오랫동안 콤플렉스였다”고 고백했다. 지금이야 로맨틱코미디에 특화된 ‘뽀블리’ 소리를 듣지만 ‘오 나의 귀신님’(2015) 전까지만 해도 “누구랑 붙여놔도 어려보여서 과연 로맨스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단 것이다. 뭘 해도 교복을 입어야 하는 역할만 들어오는 탓에 “그래, 내 시간은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간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게 더 많을 것이다”고 주문을 외웠다고. 그렇게 박보영은 처녀귀신 들린 연기로 아역 꼬리표를 떼고, 괴력녀 봉순이를 통해 작은 체구를 극복해갔다.

그렇다면 이제 이현우도 유승호의 ‘보고싶다’(2012)나 임시완의 ‘미생’(2014)처럼 한번은 정면승부를 걸어봐야 하지 않을까. 한 장면 장면이 아닌 극 전체로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선한 미소 뒤에 다른 얼굴이 있음을, 맑은 표정 뒤에 처연한 슬픔이 비칠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시크한 무표정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섬뜩한 역할을 추천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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