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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쓰레기 30t과 동거한 50대 남성

중앙일보

입력

저장강박증에 빠진 50대 남성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부산 중구민 4만여 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과 맞먹는 양이다. [사진=부산 중구]

저장강박증에 빠진 50대 남성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부산 중구민 4만여 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과 맞먹는 양이다. [사진=부산 중구]

'저장강박증'에 빠진 50대 남성 집에서 30t에 달하는 쓰레기가 나왔다. 지난 21일 부산 중구청은 중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 모(59) 씨 집에서 중구민 4만여 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과 맞먹는 쓰레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중구청에 따르면 김 씨의 집을 청소하기 위해 모인 청소과·보건소·유관단체 직원 30여 명은 현관문을 열고서도 집 안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청소에 참여한 관계자는 "조그마한 방 2칸과 부엌이 있는 이 집에 각종 쓰레기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며 "발 디딜 틈도 없고, 악취도 심각했다"고 전했다.

김 씨 집에 쌓인 쓰레기들은 그가 길거리에서 주워온 것들이다. 미혼인 김 씨는 젊은 시절 고물 수거일을 했던 중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여기에 '저장강박증'까지 심해져 거리 위 선풍기, 전축, 건축자재 등 각종 생활 쓰레기를 끌어모았다. 그는 10여 년 넘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고 있다.

그렇게 김 씨는 몸 누일 공간도 없이 10여 년 동안 쓰레기들과 함께 살았다. 비위생적인 환경 속은 김 씨의 건강도 위협했고, 인근 주민들도 지독한 냄새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김 씨 집을 청소하는 공무원·자원봉사자들. [사진=부산 중구]

김 씨 집을 청소하는 공무원·자원봉사자들. [사진=부산 중구]

결국 구청이 나섰다. 공무원과 자원봉사자가 김 씨 집에 모여 청소를 했다. 마대에 쓰레기를 담아 퍼 나르며 쓰레기를 치웠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구청은 앞으로도 김 씨를 위한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 밝혔다. 구청은 도배, 장판을 새로 해 주거개선 작업을 맡고, 영주2동 주민센터는 김 씨의 치료를 담당한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김씨가 병원 치료를 받도록 유도해 쓰레기를 모으는 저장강박증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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