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1000억원 들여 사라진 해수욕장 38년만에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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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폐쇄되기 전 동백정해수욕장 모습. 멀리 언덕에 동백정이 보인다. [사진 서천군]

1980년 충남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 사라졌다. 정부가 해수욕장 자리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천혜의 절경이 갑자기 사라졌다.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의 동백정해수욕장이 그곳이다. 해수욕장을 폐쇄하고 미세먼지 유발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력발전소를 세웠던 것이다. 당시에는 개발 논리가 독주하던 시대여서 이같은 환경 파괴 행위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해마다 피서객 몰렸는데.. 1980년 화력발전소 건설로 사라져 #한국중부발전, 발전소 이전하고 그 자리에 해수욕장 만들기로 #리조트 단지도 건설, 인근 동백나무숲과 절경 다시 볼수 있을듯

사라진 지 38년 만에 동백정해수욕장 복원 사업이 추진된다. 국내에서 사라진 해수욕장을 다시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서천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중부발전은 25일 “이달 안으로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을 포함한 이 일대 관광개발사업 용역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천군과 한국중부발전은 2012년 10월 서천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인근에 1009㎿급 신서천화력발전소를 2019년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신서천화력발전소는 지난해 7월 착공했다. 한국중부발전은 해수욕장 복원과 함께 주변에 300실 규모의 리조트(콘도미니엄), 마리나 선착장, 짚라인을 갖춘 전망대, 생태공원도 조성하기로 했다.

한국중부발전은 서천화력발전소를 오는 6월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철거에 들어간다. 철거 작업은 2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관광개발 계획 용역은 2018년 9월께 나올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개발계획과 이에 따른 사업비 등은 용역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비는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백정해수욕장은 과거 인근 동백나무숲이 있는 동백정(冬柏亭)과 어우러져 풍광이 일품이었던 곳이다. 동백정 남쪽으로 해변이 약 1㎞에 달했던 해수욕장은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하얀 모래와 깨끗한 물로 유명했다.
해수욕장 복원은 화력발전소를 철거한 다음 인근 해변에서 모래를 퍼다 붓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해수욕장 복원은 서천지역 관광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동백정 해수욕장과 주변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1980년 폐쇄된 동백정해수욕장 [사진 서천군]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정해수욕장 모습. [사진 서천군]

서천군 향토사학자 유승광씨는 “동백정 해수욕장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70년대에는 대천해수욕장, 학암포(태안)해수욕장에 이어 충남에서 셋째로 피서객이 많이 몰리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 해수욕장은 1979년까지 이용했다.

동백정 해수욕장 옆에는 정자(동백정)와 동백나무숲이 있다.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169호)에는 수령 500년 넘은 동백나무 86그루가 있다. 3월 하순부터 선홍색의 동백꽃이 장관을 이룬다. 동백나무 숲 정상에 있는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노을도 절경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등에 따르면 이 정자는 1530년 무렵 건립됐다. 당시 정자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고, 숲을 이루자 정자 이름을 동백정이라 했다. 선비들이 이곳에 모여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