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 육수 자박자박, 서울식 불고기 처음 내놓은 바로 그 집

중앙일보

입력 2017.04.2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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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맛대맛 다시보기 ① 한일관 불고기
1957년 새로 지은 한일관 앞에 서 있는 창업주 고(故) 신우경 여사. [사진 한일관]

1957년 새로 지은 한일관 앞에 서 있는 창업주 고(故) 신우경 여사. [사진 한일관]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가장 많은 표를 받은 1, 2위 두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에 시작해 1년 동안 모두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 집은 대부분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를 시작한다. 첫 회는 불고기(2014년 6월 11일 게재)다.

1939년 종로3가 화선옥으로 시작
석쇠불고기·스키야키 접목해 개발
개인 화로에 굽는 신메뉴도 선보여

서울 압구정역 뒤편 골목에 자리한 한식당 한일관(韓一館)은 78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의 대표적인 노포다. 고(故) 신우경 여사가 1939년 종로3가에 화선옥이라는 이름으로 국밥·추어탕을 판 게 시작이다. 45년 해방과 함께 종로1가로 옮기며 ‘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식당’이라는 뜻의 한일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때부터 불고기를 팔았다. 다만 이때의 불고기는 지금과 다르다. 79년 한일관에 입사해 올해로 38년째 근무 중인 곽명훈(67) 실장은 “당시 불고기는 쇠고기 살코기 부위를 너붓너붓하게 잘라 숯불에 구워 먹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50년 6·25전쟁이 나면서 한일관 식구들도 피란길에 올랐다. 53년 서울로 돌아와 보니 식당이 있던 건물이 폭격으로 사라져 57년 그 자리에 3층짜리 건물을 다시 지었다. 당시만 해도 3층 건물이 드물어 건물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쇠고기를 육수와 끓여 먹는 등심불고기.

쇠고기를 육수와끓여 먹는 등심불고기.

60년대 후반 지금 같은 육수불고기가 처음 등장했다. 기계로 얇게 썬 쇠고기 등심을 양념에 재운 후 육수와 함께 끓여 먹는다. 당시 한일관 조리장이었던 김모씨가 일본에서 배워 온 스키야키와 석쇠불고기를 접목해 서울식 육수불고기를 만든 것이다. 불고기 질을 균일하게 하기 위해 일본에서 육절기를 들여왔다. 육수불고기는 점차 판매가 증가했고 70년대 후반엔 석쇠불고기를 앞섰다. 단골들만 아는 맛있게 먹는 법이 따로 있단다. 곽 실장은 “불고기를 다 먹고 난 뒤 냉면을 시켜 끓인 육수에 냉면 사리와 달걀을 넣어 함께 먹으면 맛있다”고 설명했다.

1960~70년대 종로1가뿐 아니라 명동·다동·신신백화점 등에 분점을 내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70년대 후반 삼원가든·늘봄공원 같은 가든식당이 잇따라 문을 열며 손님을 뺏겼다. 결국 본점을 제외한 나머지 매장 문을 닫았다. 대신 내실을 다졌다. 좋은 식재료만 사용하고 61세 정년이 넘은 직원까지 파트타임 등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곽 실장은 “편법을 쓰는 대신 ‘정직한 음식’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엔 서울 도심 재개발로 본점을 압구정으로 이전하면서 조금씩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았다. 2009년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시작으로 을지로 페럼타워, 광화문 더 케이트윈타워, 하남 스타필드, 압구정 갤러리아점 등에 잇따라 입점하며 1960~70년대 못지않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가격은 대부분 그대로다. 쇠고기 등심으로 만든 불고기는 지금도 2만9000원, 냉면도 1만원으로 똑같다. 2017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의 서울 ‘빕구르망’에 선정되며 인정받았다. 올해는 39년 창업주의 불고기를 재현해 개인 화로에서 직접 불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한 ‘불고기1939’라는 신메뉴도 선보였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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